들꽃 이야기

겨울의 속살 속에서 꿈틀거리는 봄의 소리 들리세요.

제주영주 2006. 3. 8. 21:19

[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 아름다운 자태 그 너머에는 슬픔이 묻어 있네  

 

 
 ▲ 짙푸른 바다를 향해 피어난 제주수선화의 향기가 나풀거립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의 숨결 속에서도 가끔은 희망의 窓을 살며시 내보여 주기도 합니다. 며칠 포근한 날씨 탓인지 겨울은 자취를 감춘 듯 대지의 꿈틀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대지의 속살을 어루만져주는 포근한 기운 속에 눈 비비며 달려오는 봄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어디선가 봄의 향기가 폴폴 날리 웁니다. 대지의 속삭임에 나뭇가지마다 돌 틈에 숨어 있는 풀섶마다 봄의 향기가 향긋하게 날리 웁니다.

겨울의 속살 속에 숨은 봄이 窓을 살며시 열어 놓고 스멀스멀 몰려옵니다. 엷은 옷자락이 나풀거리며 콜록 이는 봄의 향기에 취해 떠나봅니다.


  

 


 
▲ 외래종 금잔옥대


 

짙은 보랏빛 갯쑥부쟁이, 노오란 감국, 해국은 물론 한겨울에도 늘 싱그러운 들꽃이야기로 끊임없이 속삭여주는 아름다운 섬, 1월의 꽃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이나 그윽한 향기로 눈길을 끄는 제주수선화는 1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3월까지 핍니다.

은쟁반에 금잔을 올려놓은 형상이라 하여 '금잔옥대'라 칭하는 외래종 수선화하고는 꽃부터 다르며 제주수선화는 생명력이 강한 야생 수선화입니다.

제주수선화는 흰 꽃잎 위에 여러 개의 노란 짧은 꽃잎이 두르고 있으며 사이사이에는 흰 꽃잎이 솟아 있습니다. 암술, 수술처럼 보이는 노란 꽃잎은 암술, 수술이 퇴화돼 꽃가루는 없습니다. 하지만, 향기는 진하여 그 곁을 지나는 옷깃마다 향기가 스며들어 겨울 속에서도 봄의 물씬 풍겨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꽃봉오리도 아닌 꽃도 아닌 애잔함은 빗물처럼 흘러내립니다.

 

제주수선화 앞에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아름다운 여인의 치맛자락이 나풀거림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하얀 치맛자락에 숨겨진 속살을 살며시 보여주는 듯 노란 꽃잎의 유혹에 빠져들고 맙니다. 하지만, 줄기 하나에 여러 개의 꽃이 활짝 피워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자태가 있는가 하면, 그 너머에는 슬픔이 묻어 있는 꽃봉오리도 아닌 그렇다고 하여 꽃도 아닌 모습으로 있는 제주수선화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꽃은 언제 필까? 손꼽아 기다려도 꽃은 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꽃이 필 무렵 기후 조건이 맞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말라버리게 됩니다. 그 모습은 마치 투병에 중에 있는 조카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애잔함은 빗물처럼 흘러내립니다.

生의 뜨락에서 피지 못하는 절망의 소리로 들려오는 꽃봉오리도 아닌 꽃도 아닌, 生의 뜨락에서 삶의 향기를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꽃다운 나이에 절망의 소리는 매서운 겨울바람 속으로 빗물처럼 적셔 내리며 들려옵니다.

설령 꽃을 피우지 못한다 하여도 겨울의 속살 속에서 꿈틀거리는 봄처럼 자신의 꿈은 언제나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게 피워 나갈 것입니다. 삶의 허락하는 순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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