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세복수초

제주영주 2006. 3. 9. 13:23

겨우내 버텨온 야생화의 질긴 생명력을 보다

언 땅 뚫고 꽃망울 터뜨린 봄꽃…"느껴봐! 저 생명의 숨결~"

 


▲ 자신의 몸의 열기로 얼음을 녹이며 개화하는 복수초.

 올 겨울은 유난히도 길었습니다. 폭설로 인해 다른 해에 비해 봄꽃들이 열흘 정도 늦어집니다. 유난히도 길어진 겨울 탓일까요? 봄을 유난히도 기다렸습니다. 들녘마다 오름마다 무리지어 피어날 봄꽃들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꽃은 때가 돼야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성급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늘 기다림을 배우라 합니다. 가을부터 혹독한 겨울 동안에는 어둠의 세계에서 뿌리를 내리고 새봄을 잉태하기 위해 인고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눈이 서서히 녹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씩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습니다. 겨우내 쓸쓸했던 숲이 온통 황금빛으로 밝아옵니다. 새봄을 알리는 축복의 메시지입니다. 복을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 진 '복수초' 황금빛으로 활짝 웃으며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얼음장을 뚫고 환한 얼굴을 살며시 내밀며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복수초의 행복한 미소에 눈마저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복수초의 온기가 대단합니다. 그 여린 이파리에 어떤 힘이 있는지 따스한 사랑의 힘으로 얼음장을 녹이며 화사한 미소로 다가옵니다. 복수초의 꽃말처럼 영원한 행복으로 가득 채워갈 숲, 복수초의 온기로 주변의 식물들이 하나 둘씩 피어 날것입니다.

 꽃이 없는 들녘은 음악이 없는 세상과 같습니다. 꽃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제주의 오름입니다. 힘겨운 발걸음마다 콧노래를 부르게 해줍니다. 어여쁜 복수초 곁에 자그마한 구슬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옥빛 구슬에는 둥둥 떠가는 구름도 담겨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쳤을 풀꽃, 어여쁜 마음으로 보지 못했던 마음 탓인지도 모릅니다. 한겨울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소엽맥문동, 보석 같은 방울 속에 고즈넉한 숲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보석처럼 아름답기만 한 소엽맥문동열매, 그 빛깔이 보석에 견줄 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마치 풀섶에 보석을 매달아 놓은 듯 영롱합니다. 숲 속의 보석입니다.

 오름을 오르기 전에는 그저 모두 ‘들꽃’으로 불렀습니다. 하나의 풀마다 이름이 있는데 이름조차 몰랐습니다. 이제 서서히 하나 둘씩 눈을 맞추며 이름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풀꽃마다 무릎을 꿇고 눈을 마주치며 이름을 부릅니다. 그리곤 아름답다고 칭찬도 아끼지 않습니다. 이름을 부르고 나면 꽃의 성질에 대해 서서히 알아갑니다. 아름답다 하여 소유하려 하면 안 됩니다. 태어난 그 자리에서 살아갈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욕심을 내어 화단으로 옮겨 놓으면 얼마 가지 못해 죽을 수 있습니다. 화단으로 옮겨 놓고 싶다면 씨앗을 조금씩 따다가 화단에 심어 놓는 방법으로 시작을 해야 합니다. 욕심을 내어 채취를 하는 방법보다는 씨앗을 조금씩 따다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보는 것이야말로 야생화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함부로 채취를 하는 행위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후세들에게 지천으로 피어나는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후세들의 가슴에 꽃처럼 피어날 수 있는 들꽃 같은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남겨줘야 합니다.



▲ 복과 장수를 가져다주는 복수초의 꽃말은 슬픈 추억, 영원한 행복.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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