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파괴에서 풀잎으로

제주영주 2006. 3. 9. 10:08

 

 

 

 

파괴에서 풀잎으로

따사로운 햇살 아래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는 푸른 손짓을 흔들어대며 눈부신 계절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4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 모처럼 귀염둥이까지 데리고 '새우란 자생복원 및 야생식물 이식사업' 행사장에 갔습니다.
겨우내 바싹 말랐던 갈색 잔디들이 금빛 햇살 아래 푸른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계절에 섰습니다.
바람결에 소똥, 말똥 냄새가 조금 풍겨오지만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똥, 말똥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밑거름으로 되살아나는 자연 속에서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작고 오밀조밀한 모습으로 나도 좀 예쁘게 봐달라며 애원하듯 푸른 손짓으로 흔들어대는 이파리들이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인사를 하는 것만 같습니다.

조천목장에서 백여 명이 모여 '새우란 자생복원 및 야생식물 이식사업' 행사를 마치고 오는 길에 유채꽃 향기가 휘날리는 남조로 도로를 달려 백만 평이 되는 목장지대에 돌 박물관이 세워지고 있는 현장으로 찾아갔습니다.
목장 안으로 들어서자 윤기가 흐르는 초목들은 햇살을 받으며 바람에 살랑이고 소떼들과 말떼들이 진초록이 넓게 펼쳐지는 목장을 한가로이 누비는 풍광이야말로 자유를 만끽하는 천국 같았습니다.
올해 개관식을 하였지만, 초기단계라 정식으로 오픈을 하지는 않는 상태라 외부인들에게는 자연석들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지만, 특별히 그곳을 관람했습니다.
2006년도에는 정식으로 오픈 할 것이며, 2020년까지 돌공원 조성사업을 계속 할 거라 했습니다.
자연의 신비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이름을 붙인다면 '인어공주' '미륵보살' '사자' '모성' '인간세계' '산호초' 기타 등등······, 용암이 흐르다 만 돌덩어리······, 돌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태어난 것입니다.
울퉁불퉁, 매끈매끈,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차돌, 맷돌이며 정낭, 돌고래, 옛날 항아리, 무엇에 사용했는지도 모르는 처음 보는 귀중한 골동품들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아직은 전시장이 미완공 상태라 조립식 건물에 진열을 해 놓았을 뿐이지만, 자연석의 신비에 넋을 잃어가면서 관람을 하고 나오자 바로 옆, 오솔길 따라 산책을 했습니다.
쌉싸래한 초록 향내가 짙푸르게 풍겨오는 산책로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들꽃들이 눈에 띄게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으며 자연 그대로 살린 야트막한 돌담길을 거닐면서 들꽃과의 눈인사가 끝없이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로 걸어가는 숲길에서 초록의 사색으로 나래를 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3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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