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으로 가는 길.....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어제의 무거운 마음을 가득 어깨에 지고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올랐습니다. 가파른 산길은 고행자의 길처럼 험악했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산길의 아침은 이슬이 대롱대롱 달린 초록이파리들이 탁해진 눈을 말끔히
씻겨 내려주고,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탁해진 마음을 씻겨 내려주며, 산새들의 지저귐은 탁해진 귀를 씻겨 내려줍니다.
앞서간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이런저런 생각 속에 묵묵히 쉬지도 않고 산길을 올랐습니다.
맑은 계곡의 물소리에 도란도란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며
등불을 밝히는 사람들로 가득 찬 암자에서 흘려 나오는 말씀······, 아~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만남은 헤어짐을 약속한 것이며, 태어남은
죽음을 약속한 것, 무엇을 그렇게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지······, 발버둥 대며 살아가는지······, 빈 몸으로 왔다 빈 몸으로
가는데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너무나 많아 터져 버릴 것 같은 충만 이모든 것이 번뇌의 시작임을 알지
못했습니다.
향을 피우고 엎드려 사죄하는 마음으로 부처님 앞에 절을 하였습니다.
아- 나를 낳아 길러주신 은혜······, 자식을
위해 빌고 또 빌며 촛불을 밝혀주시는 어머님,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부모님을 위해 등불을 달아드리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부모님을 위해
등불을 달고 나 또한, 이 나라의 어머니로서 자식을 위해 등불을 달았습니다.
2003. 사월 초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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