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하루
나의 첫 오름, 다랑쉬
비가 갠 숲길은 더욱 푸르름을 자랑하며, 청잣빛 산수국이 초록 틈새로 함초롬하게 피어 있는 숲길은 온통 초록만이 세상 같은 날입니다.
제주에는 368개의 크고 작은 오름들이 둥근 형태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모습이 마치 여자의 아름다운 곡선과도 같습니다. 오름 중에서도 제일 경사가 심한 다랑쉬오름은 정상까지 급경사로 되어 있어 산행을 하기는 숨이 차고 힘든 오름입니다. 아무리 힘든 산이라도 일단 마음먹고 가는 산행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산봉우리에 오르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드디어 산봉우리에 올랐습니다. ‘아~~~’ 상쾌한 바람이 산봉우리에서 바람꽃을 피워 내고 있습니다. 각종 야생화와 이름 모를 나무들, 산상의 풀밭은 싱그러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잠시 땀을 식히며 휴식을 취해 바라보는 이곳의 정겨움은 오름들이 둥글둥글 모여 있고 기슭에 삼나무들이 푸르게 자라는 모습과 평화로워 보이는 산야의 정경이 넉넉한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푸근합니다.
상쾌한 바람에 몸을 실어 날개를 달고 하늘을 훨훨 날고 싶은 욕망, 그래서 다랑쉬오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나 봅니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며 온화하기까지 한 다랑쉬오름에는 제주 4.3의 아픈 역사가 숨어있는 슬픈 오름입니다. 남북으로 긴 타원형의 굼부리를 돌면서 사방이 훤히 트여 시원한 산바람 줄기에 한결 몸은 가벼워졌습니다. 오름의 남사면 아래 이글루처럼 생긴 몇 채의 집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의 씁쓸하기만 합니다.
급경사가 심한 다랑쉬오름은 하산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비탈진 길은 잘못하면 미끄러져 넘어질 듯합니다. 무사히 다랑쉬오름 탐사를 마치고 그 금방에 위치한 비자림으로 갔습니다. 건설교통부가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한 비자림도로는 역시 최고의 아름다운 도로입니다.
울창한 비자림 숲길에 들어서자 온통 비자나무 향기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눈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버리며 마음마저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비자림은 매혹적인 산책길입니다. 흙길을 밟으며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낭만적인가요? 요즘은 흙길을 밟고 싶어도 밟을 수 가없습니다.
아름다운 숲길을 마냥 거닐고 싶은 아름다운 비자림···, 초록향기를 듬뿍 서로 나누며 빗살무늬 햇살이 숲 사이로 잔잔히 부서져 내리는 광채 또한 매력적입니다. 최고 목의 수령이 810년인 비자나무 둘레를 돌면서 잠시 한 가지 소원을 빌었습니다. 초록 콩짜개덩굴이 비자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 덩굴이 칭칭 비자나무를 감은 모습은 원시림을 떠오르게 합니다.
길게 이어진 돌담길을 지나면서 삼나무들과 울창한 비자나무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숲입니다. 어디가 시작인지 끝인지도 모르는 원시림 같은 비자림의 숲은, 마냥 거닐고 싶은 아름다운 숲입니다.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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