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봉
영주 십경에 속하는 '사봉낙조'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싶은 유혹을 받으며 집을 나셨습니다. 이번에는 노을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하고 저녁 7시30분경 별도봉으로 향하는 나는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을 만치 신바람이 났습니다.
잿빛 구름이 낮게 내려앉으며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모처럼 가는 별도봉인데 그 아쉬움은 다음으로 기약을 해야만 했습니다.
어둠은 어느새 땅거미 지도록 내려앉아 하나 둘씩 켜져 가는 가로등 불빛 사이로 풀 향기 맡으며 오솔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감미로운 저녁 바람이 나의 살갗을 애무하며 말초신경을 깨우고 달빛 아래 나풀거리는 풀 틈으로 하얀 목을 길게 뻗으며 인동꽃 향기가 바닷바람에 실려 옵니다. 야경이 요란스럽지 않은 소박한 화북마을이 고요함은 어둠 사이로 평화로워 보이며 철썩이는 파도소리만이 고요함을 깨웁니다.
등대의 불빛 따라 고깃배들은 심해(深海)의 길로 나가며 비릿한 바닷내음을 쏟아 붓는 바다 한가운데 어화(漁化)가 휘영청 피어올랐습니다.
밤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로움 속에 초록의 풀내음을 맡으며···.
살구 빛 비단구름
바다로 내려와 앉으면
갯내음 풍겨오는 화북마을이
하나 둘씩
촛대를 들고 불을 밝힌다
달빛 아래 선 달맞이꽃
저녁바람 물결 속으로
휘파람 불며 다가오면,
하나 둘씩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마저 바다로 나간다
등대···,
어둠을 밝히며
길을 내주면
꿈꾸는 별들마저
하나 둘씩
바다로 풍덩 빠져드는
사봉낙조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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