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당산봉

제주영주 2006. 3. 9. 11:20

 

 

황금빛 갈기 휘날리는 언덕

당산봉을 찾아서


 오름에는 길이 없습니다. 곧, 걸어가는 길이 길입니다. 당산봉으로 오르는 길이 여러 군데나 나 있으며, 먼저 지나간 이들이 길을 내어 준 덕분에 오름을 오르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당산봉에는 억새풀과 소나무, 보리수나무들이 제법 많습니다. 즐비한 무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마치, 무덤마을을 연상케 합니다.

 봄기운 햇살이 무덤마을을 포근하게 내리쬐고 있지만, 한 줄기 스산한 바람이 살랑 일 때마다 허전한 마음이 비집고 들어와 앉습니다.

당산봉은 퇴적층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말굽형 화구로 가운데 작은 언덕이 솟아 올라있습니다. 남사면 쪽으로 바둑판 모양이 넓은 평야가 쫙 펼쳐지면서 알록달록 지붕을 덮은 고산 마을은 평화 속에 한낮절의 달콤함 꿈이라도 꾸는 듯싶습니다.

 아득하게 멀게만 보이는 백설의 한라산은 제주의 모든 아픔을 끌어안을 듯 하얀 깃털을 쭉 뻗어 내립니다.

 정상 부근에서 서쪽 방향으로 거북바위가 있습니다. 잠시, 거북바위에서 수월봉을 바라보노라면, 효성이 지극한 수월이 앞에 부끄럽기만 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부모님을 섬기면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수월의 죽음을 애도하는 녹고의 눈물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흘러내려 차디찬 검푸른 바다를 어루만져줍니다.

지실이섬과  죽도가 서로 바라보며 살아가는 섬처럼 부르면 화답하는 섬처럼 우리도 서로 바라보며 살아가는 섬이고 싶습니다.

 황갈색 갈기를 휘날리는 띠풀섶들이 바람에 출렁일 때마다  자연의 고운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황갈색 띠 언덕에서 뒹굴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이나 곱기만 합니다.

 마른 풀잎들이 사르륵 사르륵  서걱거리는 풀잎의 노랫소리가 산 전체를 돌고 돌아내려 올 즈음이면 비릿한 갯내음을 싣고 오는 바닷바람이 촉촉이 적은 땀을 씻어 내려 줍니다.



황금빛 갈기가 바람에 나부끼며 운다

사르륵 사르륵

금빛 노을이 적셔 놓고 갔을까


푸른 가슴 활짝 열어 보이는 하늘 아래

고운 빛으로 아름다운 소리로

사르륵 사르륵 운다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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