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노꼬메

제주영주 2006. 3. 9. 11:17

 

 

겨울바람을 타고 찾아간 노꼬메


 곧게 쭉 뻗어난 제1산록도로를 달리다 보면 하얀 들판이 보이기도 하고 희끗희끗 듬성듬성 눈이 쌓인 들판도 지나면서 눈 위를 한가롭게 거니는 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부관광도로 가기 전 좌측에 보면 이웃해 있는 오름들이 보입니다. 그 일대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를 가진 오름이 노꼬메입니다. 노꼬메 좌측으로 다정한 형제처럼 보이는 오름이 족은노꼬메이며, 노꼬메  우측으로 족은바리메가 있으며 그 옆에 큰바리메가 이웃해 있습니다.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는 목장 안으로 한참 걸어가면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잘 정돈된 가족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묘지를 지나서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들어가면 쉽게 오름을 오를 수 있습니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 낙엽 활엽수림이 빽빽이 조림되어 있는 오름 능선에는 가파른 비탈길이라서 오르는데 조금은 힘이 듭니다. 고요한 산속의 침묵을 깨는 것은 사각사각, 아삭아삭 녹아내리는 눈길을 밟는 발걸음 소리와 조릿대 이파리를 사락사락 흔들어 깨우는 바람의 소리가 겨울 산을 흔들어 깨웁니다. 예정도 없이 오르게 된 오름이라 물도 준비하지 못한 채 오르게 되어서 목이 말라 갈 무렵 삼다수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어느 누구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나처럼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내려가다가 산을 찾아오는 이에게 주는 선물인 듯싶습니다. 대충 얼어 있는 얼음 덩어리가 아삭아삭 씹히는 것이 그 어느 샘물보다 맛있습니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고마운 사람입니다. 다시 내려올 때 마시려고 그 자리에 놓아뒀습니다.

 하이얀 눈 속에 복수초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기쁠까 하는 하나의 설렘을 안고

뽀드득뽀드득 새하얀 눈 위를 살펴보았지만, 노오란 복수초를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얼음장 같은 곳에서 봄을 키우고 있을 것입니다. 텅 빈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겨울하늘은 겨울속살 속에서 보드라운 봄빛 하늘이 파랗게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어느새 확 트인 산정상에 섰습니다. 아, 멋들어지게 봉긋 솟아오른 한라산 정상이 제일 먼저 사로잡습니다. 한라산자락이 끊임없이 길게 이어지면서 봉긋 솟아오른 오름 자락 밑에는 삼나무숲과, 낙엽송들이 널따랗게 펼쳐지는 것이 마치, 거대한 밀림을 보는 듯합니다.

 서쪽으로 산방산과 마라도까지 조망할 수 있으며, 해안선 쪽으로는 비양도를 지나서 차귀도까지 조망할 수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원당봉을 지나서 서우봉까지 조망 할 수 있습니다.

 노꼬메는 가을철에 가도 제법 운치가 있을 듯합니다. 산정상부에는 억새와 조릿대들로 가득 차있으며 말굽형 굼부리 안쪽에서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을 토해낼 듯합니다.

 봄철에는 연둣빛 새순이 새록새록 돋아나 봄바람을 가르며 향긋한 솔향기가 솔솔

산을 찾는 이들을 매혹 시킬 듯합니다.

 여름이면 울울창창 우거진 숲을 만들어 온통 우리들의 마음에도 초록의 향내 나는 숲을 만들 듯합니다.

 노꼬메는 사시사철 멋들어지게 자기만의 향기를 듬뿍 토해낼 수 있는 오름이라 볼 수 있습니다.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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