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산방산

제주영주 2006. 3. 9. 11:18

 

 

한라산이 부르면 화답을 할 듯한 산

산방산을 찾아서

 

멀리서 보면 하나의 봉우리로만 보이는데 몇 개의 봉우리가 한데 어우러져 커다란 하나의 종 모양을 하고 있다. 산방산은 마치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다 옮겨놓은 듯하다. 산을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산방산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오름이다. 산방산은 비고 345m로 조면암질 안산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종상화산이다. 여느 오름과는 사뭇 다르다.

사시사철 푸르른 상록수로 울창한 자연림으로 되어있다. 산세의 아름다움에 끝없이 젖어 든다. 상록수들이 뱉어놓는 찰랑거리는 언어들로 심신을 달래주며 산방산을 오른다. 각종 나무가 산재해 있으며, 바위마다 콩짜개덩굴과 지네발란으로 푸르게 옷을 입은 모습은 마치, 숨 쉬는 바위라고 할까나···, 생기발랄한 커다란 바위들이 우뚝우뚝 솟아 산방산을 지키는 장군바위 같다. 헉헉거리는 숨을 몰아쉬고 잠시 바위에 앉아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곱디고운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찰랑거리는 산소를 듬뿍 마신다.

빽빽한 숲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어두컴컴한 동굴로 유인한다. 이 동굴은 자연 동굴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동굴 입구에는 하늘에 닿을 듯 소나무 한 그루가 비스듬히 서 있다. 입구는 큰 편이며 안에는 평편하게 흙으로 되어있다. 유심히 살피지 않고서는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동굴이다.

어디쯤 올랐을까? 정상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고,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울음소리가 가냘프게 들려온다. ! 정상에서 들려오는 소리, 지난해에 곱디고운 얼굴로 뿌리를 감싸주던 낙엽의 옷자락 소리다.

산방산의 매력은 정상 바위에서 바라보는 경관이다. 정상은 하늘을 가린 상록수들로 빽빽한 원시림으로 되어있다. 겨우 정상 바위에 올라서야, 손에 잡힐 듯 쪽빛 하늘과 푸르게 넘실대는 바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널따랗게 펼쳐지는 평야, 아기자기하게 올록볼록 튀어나온 오름군락, 백설의 한라산 줄기를 타고 꿈틀거리는 용 한 마리가 반짝이는 햇살에 몸을 녹이듯, 마치 용 비늘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해안가에 누워있다. 용머리해안이다. 용머리해안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기 위해선 정상에 올라서야 한다.

마치, 커다란 등짐을 지고 있는 장군바위는 용머리를 바라보며 서 있는 듯, 긴 타원형으로 이루어진 사계의 해안가, 잔잔하게 펼쳐지는 쪽빛 바다 위로 부서져 내리는 은빛 햇살의 투영, 마치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들을 흩뿌려 놓은 듯 아름답다. 형제섬, 퇴적층으로 절벽을 이룬 송악산 일대, 가파도, 마라도, 푸르른 파도를 가르는 배, 범섬, 문섬, 섶섬, 주상절리대, 해안 절경이 빼어난 모습을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다. 정상 바위에서 넋을 놓고 한참이나 아름다운 비경에 빠져든다.

오르는 것만큼이나 하산 길은 위험이 따른다. 가파른 산길을 타고 내려가려면 돌에 부딪힐 수도 있다. 바람에 나무들이 살랑이며 파도 소리 흉내를 낸다, ~~~~~ ~~~~~~~ 나뭇잎들의 잔잔히 부딪치는 소리에 조용히 눈을 감고, 산방산 일대의 해안가를 거닐어본다. 철썩이며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담그고 푸르디푸른 하늘을 이고 달려간다. 해안선이 아름다운 사계로···.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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