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비자림

제주영주 2006. 3. 9. 11:28
 

돌담길을 걸으며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비자림


 흔히 볼 수 있는 개불알풀입니다. 돌담 밑으로 연하늘빛 작은 창을 살며시 내밀 듯이 작고 앙증스런 개불알풀이 어찌나 예쁜지 보세요. 봄소식이 가득 담겨있답니다. 개불알풀이

봄의 창을 열고 초대를 합니다. 봄의 초대에 걸어 볼까요?

 한적하게 산책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산책 코스입니다. 지난여름에 무성했던 비자숲은 봄이라 그런지 조금은 설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산새들이 하늘을 가리고선 비자숲 사이로 날아와 풀꽃들한테 종종 안부를 전해 주는 듯싶습니다. 가끔은 바람 이야기를 꺼내 놓고 갈 것이며, 오늘처럼 하늘이 세수를 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운다고 흉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무숲 사이로 간간이 비추는 햇살을 받으며 연보라 빛깔 제비꽃들이 함초롬하게 피어 있습니다. 아마도 산새들이 얼마 없으면 제비가 날아온다고 귀띔을 해준 모양입니다. 이름 모를 풀꽃들이 여기저기 빠끔히 얼굴을 내밀며 봄 인사를 해줍니다.

 아름드리 비자나무들이 천국을 이루고 있는 비자림은 자연 그대로 잘 살려 있으며 비자림 주변에 길게 이어진 돌담길은 또한 비자림의 매력입니다.

 봄햇살이 봄바람과 함께 살포시 내려와 유혹을 합니다. 길게 이어진 돌담길을 걸어 보라고 하네요. 살포시 드리운 봄 햇살 속으로 시나브로 유혹을 합니다.

 작은 잎새의 파란 콩짜개덩굴이 자라고 있는 돌담길이 어디에서 끝이 날지 모를 길처럼 기다랗기만 합니다. 가끔 마른 낙엽 밟는 소리가 바스락바스락 거리다가 함초롬하게 피어나는 개불알풀꽃이 줄지어 담 밑에 고개를 내밀고 봄 햇살의 유혹을 받습니다.

 초록 틈새로 선홍빛 입술의 유혹에 빨려들어갑니다. 산동백꽃이라 예쁜 것일까요? 돌담 위로 선홍빛 입술들이 봄바람 유혹을 받으며 낙화합니다.

 기다란 돌담길, 풀꽃들의 봄 인사를 받으며 흙길을 오래도록 걸어보았습니다.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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