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왕이메

제주영주 2006. 3. 9. 11:29

 

 

숲 속의 꽃밭에서

왕이메

 

▲ 노루귀의 꽃말은 '인내'입니다. 가냘픈 꽃대를 세우고 꽃을 피우는 노루귀의 인내에 박수를 쳐주세요.

 

옛날 탐라국 삼신왕이 사흘 동안 기도를 드렸다 하여 ‘왕이메’라고 하는 오름.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에 속한다. 서부관광도로에서 솔도(화전마을)로 진입한 후 아데힐골프장 입구를 지나 우측 길가에 왕이메오름 안내표지를 따라 들어서면 된다. 오름 탐방길이 정비 되어 있어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왕이메는 비고(실제 높이) 92m로 깔때기꼴의 커다란 원형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오름 전사면은 소나무와 삼나무 그리고 낙엽송으로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다.
산새들이 지저귀는 아침 산길은 호젓하고 상큼하다. 서두르지 않고 산새 소리에 귀 기울이며 숲의 향내를 맡는다. 왕이메는 주봉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로 커다란 산체를 이룬다. 하늘을 가린 삼나무 숲속을 벗어나자 어느덧 거대한 굼부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서부권을 대표할 수 있는 웅장한 분화구에는 봄이 움트고 있다. 여러 개의 봉우리로 둘러 싸여있어 분화구 안은 포근하다. 분화구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원을 그리듯 펼쳐진다.
빽빽한 나무 틈 사이로 봄눈을 틔우고 있는 나무들의 속삭임, 산새들의 낙원, 산상 주위의 솔잎을 밟는데, 연보랏빛 제비꽃이 나지막이 피어 반긴다. 헐벗은 나목에서 꼼지락꼼지락 연초록 잎들이 간지럽게 꿈틀거린다. 바스락거리며 메마른 낙엽 사이로 목을 길게 빼고 앙증스럽게 내민 어여쁜 노루귀,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지 모를 정도로 새끼노루귀꽃으로 숲을 메우고 있다. 사뿐히 밟고 지나가야 한다. 혹여나, 그 어여쁜 꽃잎을 짓눌러 버릴지도 모른다.
하늘을 가린 숲속의 빈터에서 나지막이 속삭이는 소리, 노루귀~ 노루귀~ 노래를 부르며 가고 있는데, 복수초가 활짝 피어 반긴다. 새우란도 연초록 이파리 속에서 꼼지락꼼지락 꽃대를 세우고 있다. 생명의 경이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왕이메는 아름다운 자연의 보물로 가득 찬 오름이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후세대까지 그대로 물려주는 게 현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생명의 소리

 

오랜 침묵의 강,

언 땅을 녹이듯이

이제 들립니다

 

봄눈

파릇파릇 돋아나는

생명의 소리,

천지가 열리고

당신의 고운 음성이

잔잔히 들려옵니다

 

푸르른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며

물오른 나무들이

속닥거리는 소리,

 

조잘대며 돋아나는

새 생명의 소리,

당신의 주신 고운 음성

새 생명으로 탄성 지르며

축복의 땅으로 뿌리를 내립니다

 

 

숲 속의 꽃밭

 

어느 누가

숲 속의 꽃밭을

남몰래 만들어 놨을까

 

노루 가족들이 내려와

귀를 쫑긋 세우고

노루귀를 심어 놓았을까

 

꽃 천사가 내려와

활짝 피워 냈을까

 

삼신왕이

향기 그윽한

꽃을 심어 놓았을까

 

숲 속의 꽃밭은

우리들의 꽃밭

우리들의 가꾸어야 할

아름다운 정원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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