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바리메

제주영주 2006. 3. 9. 11:35

 

 

풀향기 짙은 숲으로 가면

바리메


 산새들이 지저귀는 숲, 싱그러운 풀 냄새로 진동하는 숲, 숲 속에 가면 그동안에 쌓인 피로가 어느새 싹 풀리고 맙니다. 며칠 싱그러운 자연의 내음을 맡지 않으면 시름시름 앓다가도 숲으로 가면 새록새록 돋아나는 새순처럼 무뎌진 육신에서도 새순들이 꿈틀거리며 날개를 돋친 새처럼 날아오릅니다.

 숲 속의 싱그러운 공기, 숲 속의 꽃 천사들의 주는 기쁨, 숲 속의 경이로움에 언제나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자연으로 자주 돌아가는 연습을 할 때 하나의 아름다운 자연으로 탄생되는지도 모릅니다.

 나지막이 봄꽃들이 어여쁘게 피어나는 바라메는 울창한 숲으로 되어 있는 오름이며,

산체가 크고 큰 원형의 굼부리로 되어 있습니다. 바리메 정상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껴안고 잔디밭에 앉아서 젖은 속살을 솔솔 말려주는 고마운 바람결 속으로 잠시 몸을 맡긴 채 휴식을 취했습니다. 바리메와 가장 가까운 오름이 족은바리메이며, 족은 바리메를 건너면 큰노꼬메가 이웃해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오름들을 호명하면 이내 달려오는 오름들···, 숲으로 또는 발가벗은 나체로 봉긋  솟아오른 아름다운 오름 천국을 맛 볼 수 있습니다.

 보랏빛 제비꽃, 둥근털제비꽃,  남산제비꽃, 오름 능선마다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각종 제비꽃들이 저마다 빛깔로 저마다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는 능선에는 오름을 오르는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줍니다.

 너풀너풀 거리는 연둣빛 이파리 속에서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새우난초, 푸성귀 이파리 품속에서 어떤 색깔의 꽃이 필까···, 지금쯤 새우란 꽃이 피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그런 기대를 하고 갔지만 자연은 조금도 성급함이 없이 자기 차례가 되어야 만이 꽃을 피우는 법입니다.

 금빛 복수초들이 지고 나면 작은 꽃잎의 노루귀가 지고 가냘픈 제비꽃잎이 지고 나면 꽃대를 길게 뽑아 올려 아름다운 꽃들을 층층 피워 올리겠지요. 그러면 달콤한 새우란 꽃향기가 벌과 나비를 유혹하고 새우란 꽃향기에 취한 오름은 술렁술렁 거리겠지요.

 오늘은 어떤 꽃을 만날까. 늘 오름을 오를 때마다 기대와 설렘은 늘 나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키는 겨우 10센티 정도이며 잎은 작고 둥근 형으로 마주보기로 나있습니다.

이파리에 비해 꽃봉오리가 크고 길게 오므라져 있는 것이 도대체 어떤 꽃이 필까 궁금하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파란 색깔이 띠는 꽃봉오리가 활짝 열면 파란 하늘처럼 맑은 물이 뚝! 뚝! 흐릴 것만 같은 꽃이 필 듯싶습니다.

 꽃봉오리를 열면 이파리보다 커다란 꽃은 파란 물이 고이듯이 파란 하늘을 담아내는 큰구슬봉이가 어여쁘게 필 것입니다. 그동안 쉽게 볼 수 있는 야생초조차 문외한 나로서는 오름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하나씩 알게 되어가는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스스로 찾아내는 기쁨, 또는 며칠씩 찾아야 겨우 꽃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는 기쁨이 두 배로 큽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조금씩 들꽃의 이름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바리메에서  만난 어여쁜 들꽃은 하얀 노루귀, 분홍 노루귀, 복수초, 새우란, 개별꽃, 산거울, 천남성이며, 오늘의 특별 손님은 큰구슬봉이입니다.

 작은 키로 입을 꼭 담은 채 풀 섶에 가려 있지만, 꽃잎을 여는 날이면 누구든지 어여쁜 꽃이라고 눈여겨볼 것입니다.




꽃이여, 풀이여,


실비단 햇살에

생명의 기쁨으로

탄성을 지르며

헤픈 웃음들이

모여 사는 오름


실바람 누비고 가면

톡! 톡! 터져

하늘로

땅으로

내일을 약속하며

오름마다

꽃으로 핀다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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