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문석이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1:40

 

 

 

풀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오름

문석이오름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가는 겨울이 아쉬운 듯, 매섭게 몰아치는 칼바람을 앞세우고 찾아왔다. 봄인데도 칼바람은 쉬지 않고 모질게 불어온다. 움트는 나무, 풀꽃의 움직임조차 생명의 끈을 끊어 놓을 듯, 모진 바람은 한겨울 한파보다 더욱 강하게 세차게 몰아친다. 칼바람 속에서도 오름은 칼바람과 맞서 싸우거나 피하지도 않는다. 칼바람을 부둥켜안고 바람 속으로 뒹굴며 강하게 부드럽게 알몸으로 눕는다. 오름은 바람이 넘나들 수 있도록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내며, 바람의 물결 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 낸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을 닮았다. 바람과 함께 살아가는 오름처럼 모진 바람 속에서도 강하게 부드럽게 살아가는 법을 오름에서 배운다. 모진 바람에 억새풀이 눕고 띠마저 눕는다. 거센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면 아름다운 곡선 너머로 또 하나의 오름이 모습을 드려낸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처럼 오름에도 함께 살아가는 바람과 오름의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곡선 너머로 펼쳐진다. 알몸으로 누운 오름은 봄빛으로 단장하기에 분주하다.

풀잎이 물결치는 오름,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문석이오름으로 향한다.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마을 방향으로 2.8지점 삼거리에서, 수산2리 쪽으로 우회전하여 약 3쯤에 백약이오름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 주차한 후 문석이오름 들머리로 들어서면 된다.

문석이오름은 비고 67m, 둘레는 2,077m로 남북 방향으로 길게 누운 산체다. 야트막한 오름이지만 2개의 분화구가 있는 복합형 화산체다. 문석이오름은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문석아하고 부르면 화답을 할 것 같은 오름,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간다. 오름명의 유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오름 전사면이 초원으로 뒤덮여 있다. 이 오름은 야트막하여 쉽게 오를 수 있다. 문석이오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가냘픈 여자의 옷자락이 들려오듯 풀잎이 스친다. 한 발짝 디디면 여자의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사락사락 부드럽게 들려온다. 바람결에 몸을 비벼대며 가냘픈 소리가 사락사락 곱게 들려오는 오름. 마치 치맛자락 스치듯 바람결에 잔잔히 들려온다. 띠들의 고운 소리는 춤을 추는 여자의 치맛자락 소리 같기도 하고 풀피리 소리와도 같다.

풀잎은 자그마한 봄빛의 꿈으로 피어오른다. 자그마한 꿈들이 하나둘씩 피어나면 봄은 무르익어 푸른 여름의 깃발을 휘날리며 달려가겠지

 

 

은종을 달랑거리며

둥글레 꽃들이

아침을 여는 들녘,

 

노오란 나비떼 같은

미나리아재비들이

풀 섶으로 내려와

꽃을 피우면

 

풀 속에 숨어 있던

점나도나물도

하얀 마음으로

하루를 새롭게 연다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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