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북돌아진오름, 괴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1:45

 

 

비바람으로 목욕을 한 진초록의 물결..

괴오름,북돌아진 오름

 

이름만 들어도 음산한 오름이다. 괴오름을 가려고 시도를 하는 날에는 비가 내리고 전깃줄이 바람에 음산하게 윙~ ~ 울어댔다. 괴오름으로 가는 목장까지 가다가 내려온 적도 있었다. 이렇듯 괴오름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오름이다. 더구나 풀들이 무성해지는 계절에는 난감하다. 그렇다고 하여 괴오름을 포기할 수 없다.

비 온 후라서 그런지 모든 것이 더욱더 싱그럽다. 진초록 물결이 출렁이는 목장 안에는 말들이 한가롭게 여름으로 가는 햇살을 누비고 있다. 싱그러운 계절을 만끽하는 들녘은 평온해 보인다. 오름이라 하여 쉽게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을 하며 괴오름과 이웃해 있는 북돌아진오름을 오른다. 애월읍 봉성리에 위치한 북돌아진오름은 해발 643m, 둘레 2,177m로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오름 전체가 나무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울창하다.

북돌아진오름은 북을 매달아 놓은 듯하여 붙여졌다. 오름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인다. 서쪽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북을 매달아 놓았다기보다는 양쪽에 뿔 모양을 한 암벽은 괴물처럼 보인다. 오름 사면이 가시덤불과 잡목으로 되어 있어 오르는 데 힘이 든다. 어렵사리 정상에 서니 온통 원시림이다. 굼부리 형태를 관찰하기는 어렵다.

두 개의 뿔 모양을 한 정상은 능선으로 이어진다. 자연림으로 울창한 동남사면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니 작은 동굴이 눈에 띈다. 기슭에는 괴오름과 맞닿아 있으나, 쉽게 괴오름으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괴오름은 고양이 등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붙여졌다, 잔뜩 웅크린 고양이의 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괴오름으로 오르는 길은 험난하다. 오름을 오르는 이들은 성급함이 없어야 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길을 살피거나, 설령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도 전혀 조급함이 없어야 한다. 물이 서서히 산속으로 스며들듯이 접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막무가내로 무조건 고지를 위해 전진했다. 가시덤불 속에서 고양이의 매서운 발톱 같은 가시에 찔리고 할큄을 당한다. 무성한 가시덤불을 헤치면서 길도 없는 오름을 오른다. 가끔은 막무가내식도 성공하는 법이다.

산상에 올라서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포근히 품어주는 오름 산상, ~ 겨우 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막막했던 사투에 이긴 셈이다. 괴오름 분화구에도 온통 원시림으로 뒤덮여있다. 시원스레 불어오는 산바람에 땀을 식히며, 짙은 초록의 향기에 젖어든다.

빽빽한 숲은 온통 진초록 물로 가득 고여 있다. 금방이라도 바람이 불어오면 진초록 물이 줄줄 흘러내릴 것만 같다. 숲의 싱그러움 속에 어여쁜 새우란꽃이 지고 있다. 시기를 놓친 탓에 새우란꽃을 한 컷도 찍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괴오름 기슭은 삼나무로 무성하며, 북돌아진오름과 맞닿아 있다. 하나의 오름으로 착각할 수 있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니, 괴오름 앞에 동서로 길게 누운 빈네오름이 보인다. 겨우 괴오름을 빠져나왔다. 유격대처럼 가시덤불 속으로 기어가기도 하고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기도 하면서 어렵사리 북돌아진오름과 괴오름 탐사를 마친다. 앞으로도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 하여도 잘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렵사리 북돌아진오름과 괴오름 탐사를 마치고 가는 길은 '천국의 오솔길'이다. 좁다란 오솔길 양쪽에는 무성하게 자란 나무와 풀들이 푸름을 맘껏 자랑한다. 자연의 신비와 고요함이 흐르는 오솔길은 깊은 상념에 잠기게 한다. 고난의 길을 내려오면서 살아 있음과 승리의 행복감은 겸손한 자세를 갖게 한다. 밀려오는 피로는 한적한 숲속의 고요 속에서, 새들의 지저귐 속으로 날려 보낸다.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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