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제지기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1:52

 

쪽빛 바다..... 보목동 속살에 숨자.

제지기오름

 

▲ [기다림]누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까······. 슬픔이 가득 고여 흐르는 듯한 석상

 

애기달맞이꽃, 코스모스 몇 송이가 갯바람에 살랑거린다. 해안가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슬픔이 고여 흐르는 듯한 망부석이 보인다. 수평선 너머로 나지막한 지귀도를 바라보는 여인상의 뒷모습이 애처롭다. 고기잡이를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을까? 애잔함이 묻어난다.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품은 이것만은 아니다. 슬픈 여인상을 지나서 또 다른 거대한 석상을 지나 보목리 포구에 도착하면 섶섬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섶섬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섶섬 동쪽 끄트머리에 한국의 여인상으로 걸맞은 석상이 보인다. 한 많은 제주 여인들의 옛 모습처럼 애달프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이다, 이 여인상은 동쪽 바다를 향해 기도를 드리는 우리네의 어머니상과도 흡사하다.

이처럼 서귀포시 보목동은 아름다운 천혜의 바다를 끼고 있다.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앉은 섶섬이 있어 더욱더 매력적이다. 특히 섶섬과 흡사한 오름이 마주하고 있다. 바로 제지기오름이다. 보목리 포구 동쪽에 위치한 제지기오름은 비고 85m로 야트막하다. 북사면은 완만하나, 남사면은 매우 가파르며 중턱에는 바위굴과 절터가 있다. 곳곳에 바위들이 노출되어있다. 이 오름의 유래는 절지기가 살았다 하여 절오름’, ‘절지기오름이라 부르던 것이 제지기오름으로 변했다는 설이 내려오고 있다.

제지기오름에는 탐방로가 정비되어있어 오르기 수월하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북쪽과 남쪽으로 두 군데로 나뉘어 있다. 해송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산새 소리가 요란하다. 오름 정상에선 보목리의 아름다운 속살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서쪽 전망대에서는 평화로운 어촌의 풍경과 서귀포칠십리 해안경승지를 감상할 수 있다. 남쪽 전망대에서는 지귀도가 펼쳐진다. 이 오름에선 갯내음과 함께 평온한 어촌마을의 속살을 맛볼 수 있다. 하늘을 담아내는 창을 열면, 하늘보다 더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파도와 섶섬을 안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곳, 산새 소리 요란하게 들려오는 오름이 있는 곳, 꿈에 그리던 곳이 바로 보목동에 있다.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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