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비양도

제주영주 2006. 3. 9. 11:54

 

 

비양도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오름과 본섬을 중심으로 우도, 섶섬, 범섬, 마라도, 비양도, 추자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펼쳐진다. 제주가 아름다운 이유는 사면의 바다로 둘러싸인 독특한 풍광 덕분이다. 섬이란 밤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다.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어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가슴 한편에 묻어두곤 한다.

섬 여행이란 늘 설렘을 갖게 한다. 한림항에서 도항선을 타고 약 15분이면 도착하는 비양도, 옥빛 바다에 비양봉이 우뚝 솟아있다. 섬 자체가 하나의 오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양봉 기슭으로 나지막한 집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듯 포구 쪽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압개포구에 내리면 휴게실과 화장실이 보이는 건물 앞에 살아있는 화산섬을 상징하는 천 년 탄생 비가 세워져 있다. 고려 목종 5년에 바다 한가운데서 산이 솟아나 붉은 물이 분출했다는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따라 2002년 천년의 섬으로 선포됐다. 그러나 제주도 형성과정에서 가장 최근에 형성된 비양봉은 암석측정 결과 약 3만 년 전 해수면이 지금보다 낮아 육상분출로 형성된 것으로 일부 지질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섬의 원천인 비양봉. 보건소 왼쪽으로 들어서면 돌담길로 이어지는 올레길은 바당(바다의 제주어)길과 오름 산책로로 이어진다. 무성하게 자란 닭의장풀의 바다보다 푸른빛으로 곱게 물들어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오름 탐방로에는 나무계단으로 새롭게 놓여 있다. 산책로 중간지점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정상에는 우직한 섬사람 같은 하얀 등대 하나가 외로이 바다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묵묵히 서 있다. 섬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늘 새롭다. 꽃을 피우듯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며 거대한 깃털로 품어 안을 듯하다.

비양봉은 비고 114m6개의 봉우리와 쌍분화구로 돼 있다. 마치 두 개의 오름으로 보인다. 이 오름은 예전에 대나무가 많아 대섬, 또는 가재오름, 안경오름이라고도 한다. 비양봉에는 해송이 주를 이루나 제주특산식물인 비양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어른 키 만큼 자란 억새풀이 바람 따라 길을 낸다. 나그네들은 바람 따라 섬의 속살을 거닐며 비양도의 신비에 젖어 든다.

조잘거리는 파도 소리에 신비로운 자연석이 탄생됐을까. 코로 에메랄드빛 바다를 유유히 집어삼킬 듯이 서 있는 거대한 코끼리 바위를 비롯해 슬픈 전설이 담긴 '부아석', 임신한 여인의 등에 젖먹이를 업은 형상을 한 돌은 '애기벤 돌‘, 또는 '애기업은 돌'이라 부른다. 비양도는 화산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치 용암류 가스가 분출되며, 만들어진 굴뚝 모양의 호니토, 화산탄 등 기암괴석이 분포하고 있다.

돌공원을 지나 염습지 펄랑호에 다다르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500m의 펄랑호는 습지 생태와 바닷가 조간대의 생태가 어우러진 곳이다. 이 못은 밀물 때에는 수위가 낮아지고 썰물 때는 수위가 높아지는 신비스러운 곳이다. 이곳에는 멸종위기 보호식물인 황근과 갯질경이, 해녀콩 등이 자생하고 있다. 해녀보다 더 많은 해녀콩이 줄지어 피어나는 섬. 비양도를 걷다 보면 숨비소리가 휘이~ 휘이~ 들려온다. 할머니 해녀들이 물질하는 소리에 바다는 잔잔해지고, 평온 속에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거닐어도 좋다.

바다를 향해 붉게 타오르는 참나리꽃과 순비기나무가 연보랏빛으로 수줍게 꽃을 피워 해안을 장식하고 있다. 들꽃의 안내를 따라 펄랑호 주변을 한 바퀴 돌다 정자에 앉아 잠시 바다의 옛이야기를 들어도 좋다. 시간이 멈춰버린 섬처럼 느긋해진다.

펄랑호 산책로 끝 지점에는 안녕과 풍어를 비는 할망당이 있다. 사철나무를 신목으로 삼고 있는 이 할망당은 탐방객들의 안위까지 보살펴준다고 한다. 할망당을 지나면 비양분교가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철썩이는 파도와 숨비소리를 담아내며 속삭이는 섬, 어느 별나라일까? 시간이 멈춰버린 섬, 어린 왕자가 비양봉에 올라 에메랄드빛 바다만을 바라보고 서 있는 듯하다.

 

해녀콩

 

열길 물속으로

뻗어나간

숨비소리에

하얀 속살 드려내는 웃음,

 

수줍은 듯 열리는 홍조 빛,

입술 가득 비릿한 젊은 날을

안고 달려오는

해녀콩

 

 

 

 

 

 

 

 

 

비양봉 등대

 

 

 

 

사르륵 비벼대는

억새풀의 울음소리에도

우직스럽게 서 있는 등대,

 

 

수호신처럼

마을을 굽어보며

끔벅이는 눈동자로

 

 

섬과 섬을

바다와 바다를

너와 나를

잇는 등대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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