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물찻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2:01

 

 

푸르릉…토옥…사르륵…휘익… 그리고 산정호수

나무들의 수런대는 소리를 들으며 물찻오름에 오르다.

 

초록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숲, 물찻오름. 5·16 도로에서 비자림로를 진입하여 약 1지점 오른쪽의 길을 따라 4.7를 가면 물찻오름 입구에 이른다. 해발 717m에 위치한 이 오름은 비고 167m, 둘레 3,426m로 정상에는 100m가 넘는 원형의 화구호가 있다.

초록으로 물든 세상, 하늘을 가린 숲, 5월의 물찻오름에는 어떤 꽃들이 반겨줄지 궁금하다. 작은 꽃 하나에도 이름을 부르며 숲속의 호수를 향해 오른다. 오름 정상에는 산정호수가 펼쳐진다. 호수는 잔잔하다. 초록 나무들이 호수 안으로 발을 담그면 금세 초록 물로 가득 채워 놓을 듯하다. 원형을 그리는 숲속의 호수, 원형을 그리는 숲, 덩달아 우리들의 마음도 원을 그리는 호수처럼 동그란 마음이 된다. 호수 안으로 하늘이 내려온다. 그리곤 나무들도 성큼 내려와 초록 물감을 솔솔 풀어놓는다. 호수는 초록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숲이 된다. 호수 안에서 맹꽁이 소리가 들려온다. 새들도 찾아온다. 지상낙원의 숲이다.

초록 향기로 마음마저 초록 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세상은 온통 초록색만 있는 것 같다. 싱그러운 초록빛이 햇살에 반짝이며 나풀거린다. 숲만이 가지고 있는 언어, 숲만이 지니고 있는 향기에 풍덩 빠져든다. 아름다운 세상 속으로 들꽃의 향기를 맡으며 빠져든다. 나풀거리는 풀솜대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얀 별들이 총총 내려 눈처럼 하얗게 흩뿌려 놓은 듯하다. 하얀 별들이 모여 꽃을 만들어 낸 풀솜대꽃은 '지장보살'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물찻오름에서 만난 양지꽃은 다른 오름에서 보던 양지꽃하고는 다르다. 꽃은 작고 꽃잎 중앙에 주황색으로 원을 그리며 황금을 껴안은 듯 아름답게 핀다. 작지만 황금빛으로 빛을 발사하는 양지꽃은 제주양지꽃이다. 일반적인 양지꽃에 비해 왜성(()의 표준 크기에 비하여 작게 자라는 특성) 포복지(땅 위로 기어서 뻗는 줄기)가 돋는 것이 다르다. 개화가 끝난 후에도 깨끗하여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한다.

큰산장대꽃은 마치 하얀 나비처럼 나풀거린다. 아가야 솜털 같은 털이 뽀송뽀송 돋아난 괭이눈은 제주괭이눈이라 불렀지만, 한라괭이눈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숲속에는 이렇듯 아름다운 들꽃들이 피고 지고 있다.

하산 길에 황금빛 얼굴로 반기는 금새우란. 새우란은 제주가 자생지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상태지만 앞으로 우리가 지켜줘야 할 야생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새우란의 뿌리가 마치 새우등처럼 생겼다 하여 새우란이라고 한다. 새우란 중에서도 금새우란은 꽃잎이 제법 크다. 또한, 금새우란의 향기는 달콤한 사탕 향기가 난다. 달달한 향내를 맡으며 숲을 누비는 날은 행복의 날개를 펴고 하늘로 향해 날아간다.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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