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비경

한담동

제주영주 2006. 3. 9. 12:38

 

호젓하다! 아늑하다! 걷고 싶다!…한담동 바닷가 

애월읍 한담동 해안 산책로…쪽빛바다·기암괴석 '한 폭의 풍경화' 


 철썩철썩 금빛 모래 물결치는 바닷가에는 열광하던 태양과 함께 피기 시작했던 꽃들도 서서히 자리를 내주며 여름을 떠나려 합니다. 가을을 알리는 꽃들이 서서히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연보랏빛 순비기나무들이 서서히 자리를 비켜주는 해변에는 쓸쓸함이 깃들지만 그 쓸쓸함 속으로 파란 하늘처럼 고운 꽃, 갯쑥부쟁이꽃이 한 송이 두 송이씩 가을을 안고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바닷가 해변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함박눈처럼 하얀꽃이 푸른 바다와 쪽빛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으아리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넘실거리는 바다와 쪽빛 하늘을 향해 여름을 고하는 순백의 꽃, 으아리는 마치, 흰나비처럼 나풀나풀 춤을 추는 듯합니다.

한담동은 애월 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서쪽으로 조금 가면 한담동 이정표가 나옵니다.

한담동 포구에 서면 답답했던 가슴마저 훨훨 날아가고 금방이라도 쪽빛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이나 아름다운 해변입니다. 금빛모래사장과 기암괴석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곳, 한담동 해변에서부터 시작해서 곽지해수욕장까지 연결되어 있는 해변 산책로는 1.5km로 정도 됩니다.

 구불구불 휘어진 산책로 따라 들어가면 쌍둥이 장군석이 저 멀리서부터 반겨주며 반짝이는 햇살이 바다로 내려와 나래를 펴는 한담동 해변의 바다 색깔은 각양각색으로 펼쳐집니다.

 가족단위로 놀 수 있는 자그마한 해수욕장이 세 군데나 있으며 해수욕장 사이사이마다 기암괴석으로 펼쳐지는 산책로를 거닐었습니다. 쓸쓸히 텅 빈 모래사장에서 파도놀이를 해보거나 갯바위 틈 사이로 보말잡이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차디찬 물이 솟아나는 용천수가 있어 해수욕을 한 다음에도 걱정은 되지 않는 곳입니다.

 굽이굽이 휘어진 언덕쯤에 벌집 모양을 한 바위에 소중한 소망이 가득 찬 '소망의 함' 그곳을 지나는 이들마다 아름다운 마음, 추억, 소망을 담아 놓고 있습니다. 조약돌을 주워 그 소망의 함에 넣으면 그 조약돌은 단지 조약돌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 놓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 됩니다.

 널따란 언덕이 있어 바람이 심한 날에도 바람은 자취를 감추며 포근하기만 한 한담동 해변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우산을 받쳐들고 구불구불 휘어진 산책로를 걸어가노라면 달그락 달그락 어루만지는 바닷물결 일렁이는 소리에 답답했던 마음은 바다로 흘러가고 파도소리, 바닷새 소리로 가득 채워지는 마음이 됩니다.

 맑은 날 해가 질 무렵에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낙조를 바라보고 싶은 곳, 환상적인 일몰이 떨어지고 나면 검푸른 바다에 즐비하게 늘어선 漁化(어화), 계절마다 바다로 향하는 갯꽃들이 피어나는 해변, 이처럼 포근하고도 아름다운 한담동 해변에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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