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비경

쇠소깍

제주영주 2006. 3. 9. 11:46

 

 

진초록 계곡에 발 한번 담가 볼래요?

서귀포시 하효마을 쇠소깍


▲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괴석의 신비와 빨려들 듯한 청옥 빛 계곡이 흐르는 곳


 서귀포시 하효마을의 본래 이름과 연관이 깊은 '쇠소깍'은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입니다. 양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괴석이 길게 이어지면서 아름다운 쇠소깍은 베일을 벗기 시작합니다. 지금 쇠소깍은 한 빛깔입니다. 빨려들어갈 듯한 커다란 호수가 깊은 상념 속으로 유인을 하면 그 누구든 눈이 시리도록 맑은 청옥빛을 보는 순간은 시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너를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네가 나를 향해 달려오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우주 안에서 우리는 한마음으로 청잣빛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이곳을 푸른 호수라고 푸르고 싶습니다. 이런 곳이 제주에 있었다니, 하는 생각에 저절로 감탄합니다.

 제주에는 마른 천(川)이 많은 편이며 서귀포 일대에 그나마 맑은 물이 흐르는 천(川)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얼마나 축복받은 서귀포인가요? 맑은 물이 흘러 바닷물과 합류하여 한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깊게 드리워진 나무들은 쇠소깍으로 깊은 수면에 든 것처럼 흔들림조차 없습니다. 너무 맑아서 수면 밑까지 훤히 보이는 청옥빛 수면 밑으로 물고기들의 유영하는 모습이 훤히 보입니다. 높다란 하늘마저 쇠소깍 밑바닥으로 아주 낮게 깔리면, 둥둥 떠가는 구름은 쇠소깍의 돛단배가 되어 유유히 꿈을 실어 올 듯합니다. 커다란 나무들도 작은 풀섶도 모두다 일제히 물밑으로 숨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쇠소깍에서는 높고 낮음이 없는 세상입니다.

 세상은 이처럼 높고 낮음이 없는 평등임을 알려주는 것인지도 모르는 쇠소깍의 돌계단을 내려가면 이슬이 대롱대롱 달린 고사리들이 "어서 오세요." 손을 흔들어 주는 듯한 환영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갑니다. 그 계단에서는 두 갈래 길로 갈라지게 됩니다. 왼쪽으로 들어서면 돌무지들이 에워싸여 있습니다. 한여름에는 폭포수가 퐁퐁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만나게 될 듯싶습니다.

 청옥빛 계곡물에 배 한 척이 매여 있는 것으로 보아 포구로도 잘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는 검은 모래가 원을 그리 듯 되어 있으며, 커다란 동물이 앉아 있는 형상을 한 바위가 있습니다.

 갯내음을 안고 하이얀 거품을 일렁이며 부서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확 트인 바다 너머로 지귀도가 보입니다.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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