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비경

우도

제주영주 2006. 3. 9. 12:47

 

 

에메랄드빛 바다가 넘실거리는 섬, 그곳에 가면 외로운 등대들이 도란도란 모여 사는 섬,


 그곳에 가면 섬에 피는 갯쑥부쟁들이 모진 바람에 나지막이 피어나 바다보다 더 짙은 청자 빛깔로 우려내고 또 우려낸 맑고 청초한 모습으로 짧은 가을 하늘만을 사모하는 마음 가득 담아 갯바람에 나풀거립니다. 꽃들도 우리네 인간들처럼 누군가를 사모하며 그리워하며 살아갑니다. 성산포 바닷가에 서면 금방이라도 갈 수 있을 만큼이나 가까이 다가와 앉은 섬,

우도는 물소가 머리를 들고 누워 있는 형태라 하여 우도 또는 소섬이라 합니다.

 우도 해안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서빈백사가 나옵니다. 산호가 부서져 형성된 서빈백사는 우도 팔경중 하나이며 산호사가 있는 이곳은 동양에서 유일하게 우도에만 있습니다.

 종달리 해안선을 따라 제일 먼저 지미봉이 다가와 앉습니다. 그 뒤로 오름군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들놀이라도 가듯이 수런수런 거립니다. 물결 따라 술렁술렁 거리는 오름군들이 성큼 서빈백사장으로 달려올 듯합니다. 추억의 발자국을 하얀 산호사에 남겨 놓으면 파도는 달려와 바다 깊숙이 안고 사라져 갑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추억은 에메랄드빛 바닷속 깊숙이 남겨 놓고 서빈백사장에서 우도 해안도로를 지나노라면 옹기종기 모인 색색 지붕들이 바닷가로 몰려나와 파도소리를 듣는 섬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바다로 물질하러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것일까요.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버린 하얀 등대가 바다만을 향해 서서 졸고 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목을 길게 빼고 저 세상 높은 곳을 향해 외로이 서 있는 하얀 무인등대를 깨우는 것은 오로지 철썩이는 파도소리뿐입니다.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한 파도는 하늘 높이 물거품을 일렁이며 하얀 거품을 토해냅니다. 부서지고 또 부서지는 파도는 온종일 우도를 감싸 안으며 어루만져 내립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누운 평평한 작은 섬으로 갔습니다.

 우도에도 비양도가 있습니다. 섬 속에 섬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 작은 섬에 가면 거기에 알맞은 자그마한 백사장이 있으며 외로운 무인등대가 서 있습니다.

 우도와 비양도를 잇는 도로 사이에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포구가 있으며 포구에는 고기잡이배가 정박해 있습니다. 한가로이 졸고 있는 고깃배는 잔잔한 포구에서 한숨 자고 있는 모양입니다.

 섬 속에 섬 비양도를 나와 조일리의 검몰레에서 바라보는 쇠머리오름으로 향했습니다.

물소가 머리를 들고 누워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하여 쇠머리, 섬의 머리에 해당되어 섬머리, 한자로는 우두악이라 합니다.

 가을 햇살은 잔잔히 바다로 부서져 내리고 쪽빛 바다와 어우러지는 은빛 물결이 출렁출렁 거립니다. 황금빛 깃털이 바람 속으로 사르륵사르륵 누우면 은빛 물결이 출렁거리며 가을 하늘로 날아갈 듯이 하얗게 손짓하는 억새 물결이 출렁거립니다. 그 출렁거리는 억새 물결 속으로 하늘에 맞닿을 듯한 꼭대기에 서서 저 멀리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맞섭니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억새는 꺾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저 바람 속으로 눕기만 할 뿐, 바람이 스치고 나면 다시 꼿꼿하게 서서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쇠머리오름 정상부에는 우도 등대공원이 있습니다. 국내외 유명등대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독도 등대 등 우리나라 아름다운 8점과 프랑스 코르두왕 등대 외국 6점 미니어처가 전시되어 있는 작은 등대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이 선두에 서고 봉긋 솟아오른 오름 군들이 다가와 앉습니다.

쇠머리오름 굼부리에는 마치 축구장처럼 잘 정돈되어 있는 잔디밭으로 되어있고 우마를 방목시키고 있습니다. 굼부리 중앙에는 알오름이 솟아 나있으며 알오름에는 많은 묘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1999년에 완공된 국내 최대 담수장이 주민들이 식수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우도 그리고 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물결, 성산일출봉과 지미봉으로 이어지는 오름과 해안선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한가로이 누비는 소떼들을 지나 억새물결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큰갓버섯(몰똥버섯)이 앙증스럽게 양산을 쓰고 있습니다. 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버섯인데 좀처럼 보기 힘든 버섯입니다. 큰갓버섯(몰똥버섯)은 맛도 일품이지만 모습 또한 앙증맞은 녀석입니다. 하지만, 큰갓버섯과 흡사한 흰독큰갓버섯도 있으니 조심해야겠지요.

 억새물결 사이로 수줍게 핀 야고 세 자매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수줍은 얼굴로 반겨줍니다. 아, 이렇게 자연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토해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연 속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축복을 받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감사해야 합니다.

 눈이 있어 이토록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귀가 있어 작은 속삭임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며 감사해야 하는 일인가요.

 황금 깃털을 나부끼는 쇠머리 오름을 하산하여 동안경굴로 향했습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타원형을 그리며 해변을 감싸고 있는 검몰레 해변에는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검은 모래사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검몰레 해변이라 부릅니다. 검몰레 해변을 지나 동안경굴로 갈 수 있습니다. 만조시기에는 동안경굴을 볼 수 없으며 동안경굴 속으로 가려면 기다림도 필요합니다. 기다림이란 우리에게 늘 필요한 것입니다. 기다릴 줄 아는 자만이 자연의 신비로움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기다림 끝에 동안경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동안경굴 속에서 동굴 음악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물때가 맞아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쉽게 열어주는 동굴이 아닙니다. 누군 든 기다림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로지 기다리는 자만이 바다와 동굴의 신비 속으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곳에 앉아서 흙 피리 소년 한태주의 연주곡을 듣는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일 것입니다. 가슴속까지 전율이 전해 오는 흙 피리 소리가 조화를 이룰 듯싶습니다.

 우도8경중에 하나인 동안경굴을 보지 않고서는 우도를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우도8경 모두 아름다운 곳이기는 하지만, 동안경굴은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기다림을 갖고 동굴 문이 열리 때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바위틈 사이로 하늘이 열립니다. 하늘이 열리는 바위틈 사이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며 커다란 바위들을 어루만져 내립니다.

 커다란 바위들을 지나 다시 작은 입구를 향해 들어가면 기다란 동안경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에서 동굴 음악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다로 향해 커다란 입구가 나 있습니다. 동굴 안으로 바다가 넘나들며 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세상, 마치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자연이란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우도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1박2일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도에서 바라보는 노을, 밤바다, 그리고 해돋이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 점도 아쉽지만, 우도 박물관과 맑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조약돌을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온 점도 아쉽습니다. 늘 이렇게 아쉬움은 또 다른 약속을 하게 됩니다.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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