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당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2:50

 

 

당오름

 

이시돌 목장 내에 있는 정물오름과 이웃해 있는 당오름. 이 당오름은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 속한다. 해발 473m, 비고 118m의 규모로 원형의 분화구를 가진 화산체다.

당오름으로 가는 입구에는 하얗게 핀 억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예전에 이 오름에 당이 있어 당오름이라 불리고 있으나, 지금은 당 터의 흔적은 없다. 제주에는 당오백 절오백이란 말이 나올 만큼이나 당과 절이 그만큼 많았다. 이 오름을 비롯하여 구좌읍 송당리 당오름, 조천읍 와산리 당오름, 한경면 용수리 당오름 등은 당이 있어 유래됐다.

원형 화구에는 자그마한 둔덕들이 주인 없는 묘처럼 산재해 있고, 오름 동쪽 자락에는 암설류 둔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억새 물결을 헤치고 들어서면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소 떼가 한가로이 누비고 있다. 포근한 풀밭 위로 메뚜기들이 포르르 날아다니고, 속삭이는 햇살 속에서 소 떼가 풍요로운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소처럼 풀밭에 누워 풀향기 맡으며 가을하늘을 우러러보고 싶다. 바람을 가르며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젖어든다. 오름 산상에서 펼쳐지는 파노라마 속으로 빠져든다. 산방산과 단산, 송악산, 가파도, 마라도가 밀려와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폐부 깊숙이 가을 향기를 마신다. ‘오늘은 어떤 들꽃들과 인사를 나누게 될까.’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들꽃들이 있으므로 늘 기대를 하고 오름에 오른다. 싱그러운 바람 속으로 나래를 펴고 가을 꽃향기에 취한다. 파란 쪽빛을 담아내는 섬잔대, 연하늘빛 층층잔대, 보랏빛 한라부추, 자줏빛 엉겅퀴, 나비나물, 노란 쇠서나물 이처럼 풀밭인 오름에는 들꽃이 한창이다. 해맑은 웃음으로 선사하는 들꽃을 아무렇지도 않게 캐는 사람들이 있다. 아름답다는 이유로 그 누구의 소유물이 되는가? 아니면 약초로 쓰기 위해 캐는 것일까? 자신이 정원에 아름다운 꽃들로 치장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기쁨을 뺏는다면, 자신의 욕심만을 차리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보았을 때 욕심이 나기도 한다. 한 뿌리 캐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욕심은 부질없는 것이다. 정 캐고 싶다면 꽃씨를 받아서 씨앗부터 정성껏 키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태어난 그 자리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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