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도너리

제주영주 2006. 3. 9. 12:51

 

 

 

보이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다.

도너리, 도너리 이름만 들어도 참 재미있는 오름입니다.

 

마치 도널드가 생각나는 오름이다. 도너리오름은 성이시돌 젊음의 집 수녀님 소개로 오른다. 정물오름에서 바라보면 분화구 안으로 둥그런 보름달이 쏙 들어가 있는듯하다. 도너리오름으로 가는 길목에는 아쉽게도 골프장이 개설되면서 소중한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 제주도는 골프장 천국을 만들 셈인가보다. 이 아름다운 오름 천국에 골프장 천국이 되는 느낌이다. 골프장 건설로 흙먼지 가득 날리는 산길로 접어 들어가면 목장 지대가 나온다.

포근한 햇살이 목장 지대로 내려와 앉는다. 살살 녹여주는 달콤한 가을 햇살 속으로 갈색 손을 흔드는 산꽃고사리삼을 만날 수 있다. 특별하게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 하여 화려한 색으로 유혹하지도 않으며, 산골 처녀 마냥 꾸밈없는 꽃이다. 누가 이름을 지었을까 이름도 참 예쁘다. 산꽃고사리삼 뿌리는 삼처럼 생겼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북서쪽으로 넓고 깊게 벌어진 화구는 v자 형태로 발굽형이다. 화구 안에는 울창한 자연림을 자랑하고 있다. 굼부리 바깥쪽이 넓게 벌어져 도(어귀)가 널찍하다 하여 도너리. 하지만, 도너리오름은 여러 가지의 이름이 있다. 돌이 많이 있다 하여 돌오름, 멧돼지들이 내려왔다 하여 돗내린오름, 모양새가 골체와 비슷하다 하여 골체오름, 예전에 이 오름 기슭에 도을동이란 마을이 있었으므로 인해 도을악이라고도 한다.

북쪽 능선 쪽으로 오른다. , 굉장한 오름이다. 거대한 산체를 가진 오름임을 알 수 있다. 도너리오름은 두 개의 오름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오름 자락에는 알오름처럼 생긴 둔덕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북쪽 자락에서 동쪽 자락까지는 울창한 자연림 지대로 곶자왈을 이루고 있다.

산바람 속으로 서쪽을 향해 양팔을 벌려 아름다운 오름들을 안아본다. 그러면 성큼 달려올 듯한 산방산과 단산 너머로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가슴속으로 다가와 안긴다. 아름다운 세상에 서 있다.

동쪽으로 원형인 화구는 급경사로 깊게 패어 있다. 정물오름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오름이다. 방대한 곶자왈과 알오름처럼 주변에 크고 작은 둔덕들이 졸개들처럼 모여 있다. 원형 화구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으며, 화구 안쪽까지 내려갈 수 있다. 화구 안에는 큼직한 송이들로 탑이 쌓아 올려져있다. 아마도 오름을 오르는 이들이 도너리오름에 추억의 탑을 쌓아놓은 모양이다. 화구 안으로 가을하늘이 내려와 앉는다. 세상은 온통 가을하늘만이 존재한다. 이 아름다운 가을 색깔에 우리가 있다. 그 안에 공존하며 살아간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처럼 도너리오름은 2개의 분화구가 있는 복합형 화산체다. 도너리오름 자락에는 예전에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동쪽 기슭에는 돌로 지어놓은 자그마한 움막이 하나 있다. 아마도 예전에 우마를 방목시키며 살았던 흔적 같다. 목장 길 따라 내려오면서 갈 때는 보지 못했던 들꽃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골프장 건설 때문에 신경이 거슬려서 숨어있는 풀꽃들을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일까? 그윽한 향기가 풍겨오는 연분홍빛 나도송이풀이 반긴다. 아름다움을 토해내는 꽃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으니, 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여름 내내 하얀 눈송이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으아리꽃이 지고 있다. 으아리꽃이 지고 난 자리에는 꽃씨들이 멋들어지게 나풀거리고 있다. 또 하나의 꽃이 되어 가을바람 속으로 휘파람 불며, 바람개비처럼 바람을 가르며 날린다.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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