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송악산

제주영주 2006. 3. 9. 12:54

 

 

억장의 노여움이 저 파도의 막무가내일까? 

늦가을 송악산 기행, 그리고 형제섬·가파도·마라도…. 

 

송악산으로 가는 길은 황홀하리 만치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진다. 그 황홀 하리 만치 아름다운 해변에서 거친 파도에 울부짖는 송악산의 울림이 들려온다. 제주의 아낙네처럼 검게 타버린 바위들을 보듬어주는 것은 속살거리는 파도와 거침없이 몰아치는 바닷바람. 가끔은 성낸 군마들이 하얀 갈기를 휘날리며 달려오지만, 바위에 부딪히며 속절없이 부서지고 만다.

우뚝 솟은 산방산, 용머리, 형제섬, 해변이 아름다운 곳이다. 제주의 바다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사면의 바다와 오름 천국,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섬, 축복의 땅이다.

이 아름다운 축복의 땅에 거칠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온다. 송악산 일대의 바람은 거칠고 매섭다. 왜 그리 거칠고 매섭게 불어오는 것일까? 제주의 바람은 광활한 우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일까? 그래서 가득 채워지는 마음의 찌꺼기들을 거칠고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훨훨 날아가 버리는 것일까?

해안절벽을 이루고 있는 기생화산체로 산이수동 포구에서 해안을 따라 정상부까지 도로가 개설되어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송악산은 예로부터 해송이 많은 산이라 하여 송악산, 지금에 이르러서는 해송은 드문드문 있고 초원지대로 되어있어, 말과 염소들이 오름을 누비고 있다.

송악산은 비고 104m, 둘레 3,115m의 규모로 오름 정상에는 2중 분화구가 있다.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도 누군가 보는 이가 없으면 그 사람의 존재 가치를 모른다. 송악산은 그런 역할을 하는 오름이다. 바다와 어우러지는 산방산을 바라보면, 그 풍광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화가나 사진작가들은 이곳에서 산방산 풍경을 담아낸다. 자신의 몸을 바쳐 타인을 아름답게 채색해 내는 오름이다.

산방산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 바로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바다에는 의좋은 형제섬이 다정하게 서 있고, 남쪽으로 가파도와 마라도가 이웃해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태평양 끝에서 불어오는 갯내음이 풋풋하게 옷깃을 적신다.

거칠게 몰아치는 바닷바람에 답답했던 마음은 쪽빛 바다에 던져버리고, 그 안에 들꽃으로 피어나는 한 떨기 꽃으로 널따랗게 펼쳐지는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면, 온통 세상은 아름다움, 고마움, 행복의 깃발로 펄럭인다.

송악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도란도란 모여 있으며, 원형이 분화구는 깊숙하다. 분화구 안에는 검붉은 송이 벽을 이루고 있다. 바닷가 해안절벽에는 일본강점기 때 일본군이 파놓은 동굴이 여러 개 있다. 과거의 상흔이 슬피 울기라도 하듯이 파도는 부서지고 부서지면서 송악산을 울린다. 그 황홀 하리 만치 아름다운 바다는 슬프게 울부짖는다.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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