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통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2:58

 

고운풀밭 통오름에는 눈물꽃 편지가 한없이 피어난다. 

 

유난히 푸른빛으로 물들어 놓은 하루다. 누구의 눈빛이기에 저토록 청아하게 곱디고운 눈빛으로 하늘 가득 담아내고 있을까. 누구의 그리움이기에 저토록 은빛 지느러미를 팔딱이며, 온 들녘을 누비고 있는 것일까. 들녘마다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억새 물결이 참으로 고운 가을이다.

성산읍에서 성읍민속마을로 가다 보면 두 개의 오름이 보인다. 통오름과 독자봉 사이로 도로가 나 있다. 통오름은 비고 43m로 여러 개의 작은 봉우리들로 이루어진 화산체다. 오름 모양이 물건을 담는 통과 비슷하다 하여 통오름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통오름은 햇살 가득한 들꽃으로 온통 들꽃 축제를 열고 있다. 가을꽃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놓을 만큼이나 보랏빛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랏빛 쑥부쟁이 뒤를 이어 꽃향유가 제법 많이 피었다. 가을하늘을 닮은 섬잔대, 작은 종소리를 딸랑거리는 층층잔대, 함초롬하게 핀 하얀 꽃이 빠끔히 내민다. 얼마나 반가운 물매화인가! 꼭 부둥켜안고 싶지만 연약한 꽃잎이 으스러질까 봐 조심조심 살핀다. 앙증맞은 꽃이 귀엽기도 하고, 고고하게 피어난 물매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물매화 옆에는 자주쓴풀이 화사하게 피어 반긴다.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데 왜 '이라 할까? '자주쓴풀그래서 더욱 정감이가는 꽃이다. 고고하지도 않고 도도하지도 않다. 여러 송이 꽃을 한 무더기 피워내는 자주쓴풀은 친근하게 다가와 활짝 웃는 꽃이다. 패랭이꽃을 한 송이 꺾어 모자에 꽂아 휘파람 불며 고운 풀밭 위로 포르르 날아다닐까. 아니야, 이렇게 예쁜 꽃을 어찌 꺾을 수 있겠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지. 더 욕심을 내지 말아야겠지. 청순함이 묻어나는 들꽃! 언제나 오름을 지켜주기 바란다.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지 모를 정도로 들꽃으로 가득 찬 오름이다. 혹여나 예쁜 얼굴이 짓밟힐까 봐 조심조심 발을 내디뎌야 한다. 모두 예쁜 얼굴로 가을볕에 나들이 나왔다. 화사하게 웃어주는 꽃들로 정신을 못 차릴 만큼이나 가득하다. 동쪽 봉우리는 온통 억새 물결로 넘쳐난다. 억새 사이로 성산포 일대를 바라보면, 푸른 바다가 우뚝 솟은 일출봉을 안고 달려온다.

온통 은빛 바다가 일렁이는 듯하다.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말굽형인 굼부리 안은 농경지로 사용하고 있다. 들꽃으로 만발한 오름이라서 그런지, 무덤마다 아름다운 들꽃으로 가득하다. 온통 들꽃 축제로 물들이는 통오름은 곁으로 보기에는 야트막하여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통오름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고운 풀밭으로 되어있어 애들을 데리고 쉽게 오를 수 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은빛 억새 물결 속에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온통 은빛 지느러미들이 파란 하늘가로 날아갈 듯하다.

 

 

통오름

 

 

 

고운 풀밭 통오름에는

눈물꽃 편지가

한없이 피어난다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한 줌 흙으로

꽃으로 피어나

통오름을 지키는

아기 무덤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눈물,

무덤마다

들꽃으로 피어난다.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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