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독자봉

제주영주 2006. 3. 9. 12:59

 

 

오름… 들꽃… “비우러 간다 채우고 온다.”

늦가을 독자봉에서 보낸 편지

 

통오름과 이웃해 있는 독자봉은 비고 79m, 둘레 2,122m로 남동향으로 벌어진 말굽형의 자형으로 길게 뻗어 내려있다. 독자봉은 독산, 망오름 등으로 불리고 있다. 독자봉은 가슴속까지 씻겨 내리는 솔향으로 가득 찬 오름이다. 야트막하여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아름다운 들꽃까지 볼 수 있다. 솔향기 풍겨오는 오솔길에는 보랏빛 꽃향유가 반긴다. 꽃이 있는 곳에는 늘 나비가 따라다닌다. 꽃향기를 맡으며 날아드는 나비들은 꽃향기 속에 빠져들고 우리는 솔향기 가득한 숲속으로 젖어든다. 나무로 뒤덮인 오름이라 들꽃을 볼 수 없을 거라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했던 아름다운 들꽃이 제법 많다.

소나무와 삼나무로 조림되어 있는 그저 평범한 오름이다. 하지만, 솔향기 맡으며 오르다 보면 겉으로 보기와는 사뭇 다른 오름임을 알 수 있다. 흙을 밝으며 솔향기 풍겨오는 숲길은 등성이를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다. 정상 부근에는 봉수대 터가 남아있으며, 이동통신 기지국이 세워져 있다. 봉수대의 형태는 원형으로 야트막한 이중의 방호벽을 흙으로 쌓아놓은 가운데 봉화 신호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마치 그 형태가 오름 정상에 자그마한 알오름이 형성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산불감시초소가 바로 그 자리에 설치되어 있고, 오름지기가 독자봉을 지키고 있다. 오름지기가 가지치기를 한 덕분에 한결 보기 좋게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그러나 남몰래 소나무를 파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외로운 독자봉에서 나무를 정비하는 오름지기께 고마움을 표한다.

오름 자락은 고운 풀밭으로 되어있어 이웃해 있는 통오름에서 본 들꽃이 독자봉에도 무리 지어 핀다. 물매화들이 소담스럽게 피어 반긴다. 통오름 물매화들은 볕을 잘 받을 수 있는 조건에 있다. 그러나 독자봉 물매화들은 나무 그늘에서 자생하고 있어, 양지바른 쪽으로 약간의 목을 길게 빼야 가을볕을 쏘일 수 있기 때문에 큰 편이다. 연보랏빛 자주쓴풀, 쇠서나물, 쑥부쟁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 반긴다. 솔향기 맡으며, 가을볕을 쬐고 있는 가을꽃의 아름다움에 나비처럼 꽃향기를 맡아보는 하루다.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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