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바리메

제주영주 2006. 3. 9. 13:13

 

 

나목은 긴긴 겨울 동안 따뜻한 봄을 꿈꾼다.

겨울 숲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겨울 정담

바리메


▲ 깊은 상념에 잠긴 겨울 숲

 스멀스멀 안개가 자욱하게 밀려옵니다.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길을 쉽게 잃을 수 있습니다. 예상했던 오름으로 가려다 길을 잘 아는 바리메로 향했습니다. 바리메나 왕이메에는 복수초가 피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자욱한 안개 속으로 젖어 들어갑니다. 조심조심 발을 옮겨 놓았습니다. 하얀 눈 위에 찍혀 있는 발자국은 꿩, 노루가 남겨 놓은 흔적입니다. 어디선가 노루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숲은 고요 속에 잠겨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 같지만 골똘히 깊은 상념에 빠져 있습니다. 수분을 모두 뿌리로 옮겨놓고 오로지 견딜 만큼만 남겨 놓았습니다. 겨울나무는 마치 늙으신 부모님을 많이도 닮았습니다. 자식들에게 사랑으로 모든 것을 털어내고 이제는 쭈글쭈글해진 주름투성인 투박한 뼈만 남겨 진 것이 우리네 부모님과 같습니다.  나목의 사랑을 배우면서 하얀 눈 속에 파묻힌 겨울나무의 깊은 상념의 숲을 걷습니다. 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메마른 나무와 나무 사이로 발길을 옮겨 놓습니다.

 안개비가 조심스레 깊은 상념에 빠진 나무를 살며시 깨웁니다. 꼼지락 꼼지락 초록의 순으로 돋는 희망이 살며시 눈을 틔웁니다. 그 어딘가에 피어 있을 복수초를 찾아 헤매어 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가 봅니다. 나무는 살며시 말을 걸어옵니다. 겨울나무는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춥고 어두운 땅속 깊이 들어 있는 씨앗들은 결코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다고 꽃은 필 시기가 되면 자연을 역행하는 일 없이 저절로 싹이 돋고 꽃을 피우는 법이라고 겨울나무는 말을 합니다. 조급해 하는 것은 우리네 인간들이지 자연은 늘 기다림에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겨울은 기다림입니다. 길고 긴 기다림입니다. 기다림 끝에는 분명히 설렘을 안고 올 꽃들이 필 테지요. 어둠의 끝자락에서 희망으로 돋아나는 새순처럼 침체된 경제가 서서히 풀려 꽃피는 봄이 오면 활기찬 경제로 분주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2005년 1월

'오름 그리고 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오름  (0) 2006.03.09
진물굼부리  (0) 2006.03.09
신령스런 영아리  (0) 2006.03.09
민오름  (0) 2006.03.09
한라산  (0) 200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