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물메

제주영주 2006. 3. 9. 13:19

 

 

가는 겨울 "순백의 편지 속으로"

애월읍 수산리 물메오름 (水山峯)에서

 

 

 ▲ 천연기념물 제441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나무의 크기는 수고 12.5m 둘레는 5.8m, 지상 2m 높이에서 원줄기가 잘린 흔적이 있고 그곳에서 4개의 큰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자라고 있다.

 

봄은 소리 없이 다가왔으나 가는 겨울이 아쉬운 듯 하얀 꽃잎을 앞세우고 순백의 편지를 보내온다. 하늘하늘 거리는 순백의 꽃잎은 마치 첫눈처럼 설렘을 안고 솜털 같은 꽃망울로 작별 인사를 고한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순백의 꽃으로 겨울의 정원을 채워 넣는다. 더러는 하늘가로 더러는 가슴에 꽂히며 이별의 눈물처럼 피어오른다.

아름다운 순백의 꽃처럼 겨울과 작별을 하며 애월읍 수산리에 있는 물메오름을 오른다. 물메오름은 봉우리에 연못이 있다 하여 붙여졌다. ‘물메또는 한자로 수산봉이라고 한다.

특히 이 오름 남동쪽기슭에는 수산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옆에는 400여 년 된 곰솔이 있다. 이 곰솔은 수산리를 지키는 수호목이다. 곰솔과 저수지가 있어 물메오름 풍광이 더욱 이채롭다.

곰솔을 지나 울창한 해송 숲길을 걷는다. 아름다운 이별의 연주곡이 나래를 펴며 하얀 꽃잎처럼 흩날린다. 마치 첫눈 같은 추억처럼 살포시 내려온다. 이별이란 다가올 만남을 준비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별로 다시 올 만남을 기약하는 눈꽃처럼, 아름답게 이별하며 이듬해의 겨울을 기약한다.

푸른 숲을 이루는 물메오름 중턱에 야트막한 원형의 굼부리가 있다. 굼부리는 파르스름한 희망의 봄날을 기다리는 초지로 형성되어 있다. 오름의 정상에는 동쪽으로 도두봉수, 서쪽으로 고내봉수로 응했던 봉수대가 있다. 동사면에 있는 대원정사를 거쳐 정상 부근까지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얀 눈꽃 송이를 받쳐 든 대나무의 소곤거림도 간간이 들려온다. 중턱 대원정사에서 들려오는 불경 소리에 꽃이 피었을까. 향기 그윽한 수선화가 고개를 살며시 숙인 채 발걸음을 붙잡는다. 솜털 같은 눈송이를 머리에 이고 수줍은 듯 연노란빛 햇살처럼 살며시 웃음 짓는 수선화에 그만 마음을 빼앗긴다. 수산저수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온몸을 맡긴 채 살며시 고개 숙인 수선화, 자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숙명처럼 스스로 빠져들지 모르는 나르시시즘, 아이보리 꽃잎 속에 미소년 나르키소스의 미소가 잔잔히 흐르는 향기일까. 마음을 온통 빼앗은 수선화 향기를 맡으면서···.

 

▲ 자만, 자존심 등의 꽃말이 있지만 고결한 꽃, 수선화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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