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것구리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3:25

 

 

붉은 설렘…'톡' 터지는 봄 "세상 시름 잊혀지다"

 "숲, 너는 영원히 푸르거라"

 

▲ 상록의 푸른 이파리로 여름, 가을을 지나 꽁꽁 얼어붙은 눈 속에 온 힘을 다하여 붉은 선혈로 피어났습니다.

 

입춘도 지나 경칩도 지났다. 아가야 눈망울 같은 들꽃들의 봄 인사에 또다시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몰아치면서 눈()이 휘날린다. 그러나 그 정도의 강풍에는 끄떡도 없다. 이제 완연한 봄날이다. 나비와 새들을 위한 봄꽃잔치를 베풀기 위해 봄꽃들이 서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 햇살에 피어나는 노란 양지꽃, 강풍에도 시들지 않는 동백꽃, 붉은 입술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어서 오세요. 긴긴 겨울을 이겨내며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가냘픈 날개에 봄내음을 안고 오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겨우내 숨겨 둔 달콤한 꿀을 드리옵니다. 훨훨 날아 당신의 꿈을 펼치시길 바랍니다. 들판에는 당신을 위한 봄의 향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을 기다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텨 왔습니다. 거센 바람이 스치고 지날 때마다 힘에 부쳤지만, 따사로운 햇살에 당신이 찾아오리라 믿었습니다. 달콤한 꿀을 드리오니 이제 당신과 작별을 하여도 영원히 후회가 없습니다.” 숲속의 봄꽃들이 속삭이듯 전한다.

둥지를 떠난 새들도 찾아오는 봄날이다. 꾀꼬리오름으로 목청껏 노래를 뽐내며 찾아올 것 같다. 꾀꼬리오름은 동부관광도로 대흘교차로에서 교래리 쪽으로 100m쯤 우측에 있다. 표지석에는 '것구리오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예전에 꾀꼬리가 많았다는 데서 연유하여 꾀꼬리오름이라 불렀다는 설이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산이 거꾸로 누워 있다는 데서 '것구리오름'이라고 한다. 보통의 오름은 한라산 쪽인 남쪽이 높고, 바다 쪽인 북쪽은 낮게 이루어져 있는데, 이 오름은 반대로 한라산 쪽이 낮고 바다 쪽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라고 표지석에 적혀 있다.

해발 428.3m에 위치한 것구리오름은 비고 58m, 둘레 1,487m 규모로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분화구 안은 농경지로 조성되어 있다. 오름 북동사면 기슭에는 아치형으로 돌담이 둘려져 보호되고 있는 '원물'이 있다. 원물은 예전에 대흘리 주민들에게 식수로 사랑을 받았던 생명의 젖줄이었다. 나그네와 새들의 잠깐 쉴 수 있는 쉼터로 소담스레 꾸며져 있다.

봄꽃을 시샘하는 눈()은 아마도 새봄을 맞이하기 위해 하얗게 내렸나 보다. 마음을 정화 시켜주는 하얀 눈()을 밟으며 이제 겨울을 보내고 새봄을 맞이한다. 북사면 기슭으로 오른다. 기슭에는 꽁꽁 얼어붙은 못이 있다. 잡목이 우겨진 곳에 꾀꼬리도 목을 축이며 쉬고 가는 쉼터가 있다. 수당목장으로 이어진 이곳은 우마를 위한 못인 듯싶다.

앙상한 가지와 잡목으로 우겨진 자연림을 뚫고 정상에 이르지만, 남동사면으로 정상까지 무성한 삼나무로 조림되어있어 시야를 가린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바꼭질하는 오름 사이로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근히 감싸 안은 만설의 한라산이 다가와 품는다. 그 어디서든 자식을 보살피는 어미의 마음이 이 같지 않을까?

꾀꼬리오름은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오름은 어쩌면 자연을 파괴하는 우리네 인간들을 거부하는지도 모른다. 오로지 새들과 공존하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영원히 푸른 오름으로 새들의 낙원이기를···. 오름, 너는 영원히 푸르거라.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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