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거문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3:21

 

 

오름!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전부일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거문오름'



▲ 북제주군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제444호)

 동부관광도로에서 선흘리 입구 '선흘중앙교회'표지판 쪽으로 들어가면 몇 채 되지 않는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거기에는 선흘중앙교회 십자가 너머에 무성한 숲으로 검게 보이는 나지막한 오름이 보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야트막한 오름으로 특별하지 않는 그저 평범한 오름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듯이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봉우리로 이어지면서 기복을 이루고 거물창(거멀창)이라 불리는 거대한 분화구가 펼쳐지며 그 안에 산재해 있는 풍부한 식물에 또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오름입니다.

 오름 기슭에서부터 삼나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숲 사이로 좁다란 오솔길이 나 있어 그나마 오르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삼나무로 에워싼 숲은 파도를 일렁이며 바닷바람을 안고 달려와 산자락에서부터 산정부까지 쏴아악~ 포말을 일렁이며 부서져 내리는 파도 소리로 숲은 술렁술렁 거립니다. 파도 소리를 흉내 내는 숲의 언어입니다. 나무들의 언어입니다. 바람의 언어입니다. 바다가 그리워서일까요. 아니면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되고 싶어 파도 소리 흉내 내고 있는 것일까요. 초록으로 무성한 숲을 이루고 싶은 마음 때문에 파도 소리 흉내를 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숲은 늘 하늘보다 푸른 마음으로 바다보다 푸르게 살아갑니다.

 좁다란 오솔길 따라 산정부에 섰습니다. 울창한 숲 사이로 시원스레 조망하기는 어려우나 옹기종기 다가선 오름을 조망해 봅니다. 오름 자락에 옹기종기 모인 아담한 마을, 흐릿한 날씨 탓에 베일에 가린 오름의 매력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마른 낙엽 위로 꿈틀거리는 초록의 생명이 봄을 알리며 자연의 숲은 푸성귀 이파리로 팔랑 이며 새봄을 맞이합니다.

 그늘마다 초록이파리 사이로 풀인 듯 꽃인 듯 피어나는 산쪽풀이 제일 먼저 반깁니다.

낙엽송 숲에 무리지어 피어나기 시작한 어여쁜 복수초, 하나 둘씩 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순백의 산골 처녀로 다가올 붓순나무의 꽃봉오리가 푸성귀 이파리 사이로 뾰족이 올라와 금방이라도 화들짝 피어 하얀 웃음으로 가득 채워 넣을듯합니다. 대추열매와 비슷하게 생긴 식나무열매가 지난 가을날에 타오르던 정열에 아직도 식지 않은 채 마른 낙엽에 묻혀 있습니다. 나무마다 바위마다 돌마다 더부살이를 하는 콩짜개덩굴이 푸른 숲을 메우기라도 하듯이 싱그러움으로 넘쳐납니다. 울창한 계곡 숲에 숨겨진 동굴에서는 안개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일명 ‘거멀굴’이라 부르는 이 동굴은 4.3의 아픈 역사가 담겨 진 동굴이기도 합니다.

 싱그러운 푸성귀 이파리로 새봄을 맞는 봄의 천사들이 봄 단장을 하기에 바쁜 숲, 신록으로 울창하게 뒤덮을 숲, 거문오름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름인 만큼이나 우리가 보호를 해야 할 과제입니다.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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