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고수치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3:16

 

 

벌써 따사로운 남풍…시나브로 움트는 봄

홀씨 털어 낸 억새 따라나선 고수치 오름

 

 

▲ 봄을 찾는 노루

 

아직도 겨울일까? 봄은 어디쯤 왔을까? 저 멀리 아지랑이 피어오르며 오는 것일까? 올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 길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걸까? 푸르스름한 청잣빛 산물로 새벽을 열어 한 잎의 잎새를 띄우고 소슬바람의 악기로 부드러운 봄의 교향곡으로 다가왔는데, 봄이 오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렸다. 이미 봄의 전령사 복수초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소식을 전했는데, 설레는 봄 편지를 이제야 받았다. 설렘으로 가득 찬 노란 꽃봉투 속이 꼼지락거리며 활짝 꽃망울을 터트린다.

꽃은 길고 긴 그리움으로 열꽃을 터트리며, 우리들의 가슴에 꽂혀 꽃으로 탄생한다. 몇 달을 기다렸을까. 아니, 몇 년을 삭히고 삭혀 열꽃을 터트리며 우리들의 가슴에 하나둘씩 꽂히게 된다. 이름 없는 풀꽃이든 향기 그윽한 장미이든 꽃은 그리움을 삭혀낸 숭고한 사랑이다. 그래서 꽃은 누구한테든 사랑을 받는 것이다. 우리도 누구한테든 꽃처럼 사랑을 받는 꽃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바람결 따라 홀씨를 털어낸 금빛 억새 물결 따라 고수치오름을 오른다. 고수치오름은 산체가 커다란 왕이메 북사면기슭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 고수치오름의 비고는 59m로 깔때기 모양의 원형 분화구를 갖고 있다. 왕이메에 비해 산체가 작으나 시원스레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 봄을 실은 꽃바람이 불어온다. 갈색 깃발을 펄럭이며 목가적인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지는 오름군을 따라 비행을 한다.

푸른 바다를 일렁이며 산방산이 성큼 달려오며 손에 손을 잡고 다가오는 오름군, 역시 장관을 이룬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를 위해 곱게 단장한 샛별을 닮은 새별오름이 환한 보름달을 안고 떠오른다. 제주도의 고유의 전통민속이 행해지고 있는 새별오름에서 활활 타오를 무사 안녕과 풍요로움을 기원한다. 아름다운 제주를 한눈에 담아 넣는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황홀하리만치 아름답다.

고즈넉한 풍광 속에 푸른 바다가 일렁이고 들녘을 휩쓸고 다니는 산들바람에 어깻죽지를 쫙 펴고 비행을 한다. 어디에다 멈출지 모른다. 목적지는 없다. 오로지 아름다운 곡선으로 그려 놓은 음률 속으로 비행할 것이다. 제주의 미를 그려놓고 또 그려놓고 싶은 아름다운 풍광, 뜨거운 심장 속으로 가득 채워 꽃처럼 열병을 앓으며 터트릴 것이다.

 

 

 

 

▲ 꽃은 피는 것이 아니라 길고 긴 열병을 앓으며 톡! 터트리며 우리들의 가슴에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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