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변산바람꽃

제주영주 2006. 3. 9. 13:26

별 총총 내려앉은 변산바람꽃



 


▲ 아네모스(Anemos:바람)에서 비롯하여 바람꽃이라 합니다. 바람꽃은 그 유래가 그리스 신화에 전해지며 꽃말은 '덧없는 사랑' '사랑의 괴로움'

▲ 변산바람꽃의 눈처럼 피어났습니다.

 

별들이 총총 뜰 때마다 지상에는 꽃들이 별만큼이나 수없이 피어나기 위해 분주해집니다. 하늘에는 별들이 지상에는 꽃들이 영롱한 빛깔로 피고 지며 우리들의 가슴속으로 영롱한 별처럼 내려와 희망의 꽃으로 피어납니다.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며 대지의 속살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꼼지락 꼼지락 대지의 속삭임이 봄눈을 틔우며 봉긋하게 솟아나는 꽃대들이 쏘오옥 내밀며 햇살 가득 품으며 피어났습니다.

 쓸쓸한 숲 속에 등불을 켜 놓은 복수초의 수고에 변산바람꽃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곤 뒤를 이어 노루귀도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랍니다.

 고독한 숲 속에 등불을 밝혀 놓은 복수초의 어여쁜 마음에 변산바람꽃, 노루귀도 찾아와 꽃동네를 이룹니다. 숲의 작은 천사로 잔설을 녹이며 봄을 안고 달려온 꽃천사들이 어여쁘게 피어났습니다. 마른 낙엽을 바스락거리며 여인의 치맛자락을 나풀거리며 걸어왔을까요?

바람의 날개깃으로 숲으로 내려와 하얗게 꽃을 피웠을까요? 마치 눈처럼 하얗게 피어났습니다. 오, 아름다운 천사여, 바람의 날개깃으로 가냘픈 꽃대를 세우고 햇살의 포근함에 살포시 피어나는 숲의 천사여, 햇살 가득 담으며 활짝 미소 짓는 변산바람꽃의 은은한 미소가 황홀하게 만듭니다. 여리디여린 꽃대를 세우고 눈처럼 피어난 변산바람꽃을 보고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머리맡에 두고 바라보고 싶은 욕심이 났습니다. 어여쁘다 하여 소유하고 싶어지는 욕심이 났습니다. 그 욕심은 너를 사랑함이 아니요. 너를 위함이 진정 아니기에 욕심을 버리기로 마음잡았습니다. 다시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가면 그 가냘픈 꽃잎으로 활짝 웃으며 반겨줄 것이니 욕심낼 필요가 없습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별이 뜨고 해가 뜨는 날까지는 우리를 위해 곱게 피어날 것입니다.

 꽃대 하나에 얼굴을 맞대고 피어난 쌍둥이 바람꽃도 가끔은 만날 수 있습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쌍둥이 바람꽃을 만났으니 이 얼마나 행운입니까. 변산바람꽃을 보는 일만으로도 행운인데 거기에 보너스로 쌍둥이 바람꽃까지 볼 줄이야 복이 터진 날입니다.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 듯이 날아갈 듯이 기쁜 날입니다.

 꽃들도 우리네처럼 서로 이웃해 살아갑니다. 바람꽃은 바람꽃마을을 이루고 오순도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갑니다. 변산바람꽃마을 이웃에는 노루귀꽃이 노루귀마을을 이루고 살아갑니다. 뽀송뽀송한 아가야 솜털 같은 꽃대를 세우고 변산바람꽃 보다 작고

눈처럼 깨끗한 순백의 꽃을 피웁니다. 바스락거리며 낙엽 위로 꽃대를 세우고 봄의 햇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얀 노루귀 마을에 가끔은 분홍노루귀도 끼어 오순도순 모여 살아갑니다. 햇살을 행해 오밀조밀한 꽃봉오리를 살며시 열어 놓습니다. 그러면 자그마한 꽃잎 속에 보석처럼 봄의 햇살이 내려와 앉습니다. 오로지 순백으로 피어난 노루귀의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꽃마을에 사람이 찾아가니 숲 사이로 노루가 멀리 달아나 버립니다.

황금빛 등불을 켜놓은 복수초의 수고에 고맙습니다. 변산바람꽃 노루귀를 위해 제일 먼저 외롭고 쓸쓸한 숲에 등불을 밝혀 놓았습니다. 햇살처럼 웃는 복수초의 꽃마을에 변산바람꽃, 노루귀가 찾아와 이제는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도란도란 소곤소곤 서로 맞대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밤하늘에 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꽃은 두근두근 콩닥거리며 설렘으로 다가와 첫사랑 같은 맥박이 뛰며 선혈의 피가 요동을 치며 활화산이 터지듯이 사랑의 꽃으로 피어납니다. 그래서 꽃을 보는 순간은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꽃을 사랑하게 됩니다. 꽃처럼 살다 꽃처럼 죽는 일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압니다. 그래도 꽃처럼 살다 꽃처럼 사랑하다 꽃처럼 죽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꽃을 찾아 떠납니다.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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