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산자고

제주영주 2006. 3. 9. 13:28

 

 

순백의 혼불처럼 피어난 '산자고'

민족의 혼처럼 단아하게 피어 올라


▲ 백의민족의 혼불로 태어난 키 작은 백합화, 산자고


 뻐꾹새가 날아왔습니다. 뻐꾹~ 뻐꾹~ 이산 저 산 날아다니며 꿈속에 잠긴 꽃들을 깨우기 바쁩니다. 어서 일어나라고 뻐꾹~ 뻐꾹~ 목청껏 노래를 부릅니다. 화답이라도 하듯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이 피어났습니다. 양팔을 벌리고 기지개를 켜며 봄 하늘을 향해 피어난 백합화여, 백의민족의 혼으로 태어난 키 작은 백합화여, 봄 햇살 듬뿍 가슴에 안고 하늘을 향해 피어났습니다.

 봄 햇살에 훌훌 옷을 벗어 던지는 오름 자락에 엎드려 겸손한 자세로 당당하게 꽃의 세계를 열어갑니다. 봄에 피어나는 꽃들을 대할 때는 나지막한 자세로 엎드려 꽃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조그만 꽃잎으로 아름다운 세계를 열어가는 우리의 야생화, 그 오밀조밀한 세계에는 꿈결 같은 세계가 펼쳐집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흔들리면서 피어나는 우리의 야생화, 바다의 길이 열리고 하늘이 열리며 잉태하는 봄으로 부활하는 봄꽃,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들이 대부분 풀섶에 엎드려 피어나듯이 산자고도 나지막한 자세로 피어납니다. 아마도 겨우내 힘이 들어 제대로 키가 자라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꽃잎으로 하늘을 담아내는 개불알풀이 봄의 창을 열면 산자고도 기지개를 켜며 봄 하늘을 맘껏 껴안는 순결의 야생화, 남부지방에서는 잎이 무릇과 닮아 '까치무릇'이라고도 합니다. 산자고는 양지바른 풀밭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야무지게 뿌리를 내리고 제 생명 다할 때까지 아름답게 흔들리며 꽃을 피우는 순백의 혼불 산자고는 당당하게 양팔을 벌리고 봄 하늘을 품습니다.

 가느다란 잎 사이로 꽃대를 세우고 마치 하늘을 향해 만세를 부르는듯합니다. 백의민족답게 무명옷을 입고 깃발을 펄럭이며 대한독립만세 눈물겹도록 울부짖으며 피어나는 산자고, 밀물 듯이 우렁찬 목소리가 이산 저 산에서 메아리칩니다. 한 개의 꽃이 피지만 어떤 것은 두 송이, 세 송이까지 피는 것도 있습니다. 꽃들도 우리 산야를 지켜가듯이 우리도 우리의 땅을 제대로 지켜야 합니다. 아무리 짓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야생화처럼 꿋꿋하게 일어서야합니다. 그리곤 순결의 산자고처럼 야무지게 뿌리를 내리고 양팔을 벌려 우리의 땅 우리의 하늘, 바다를 지켜가야 합니다.

 겨우내 잘 참아왔습니다. 춥고 힘든 동면의 시간을 보내온 봄꽃들에 갈채를 보내면서···.


백합화여, 키 작은 백합화여,

백의민족의 혼불로

이 땅에 태어난 키 작은 백합화여,

무명 옷 한 벌 걸치고

부활하는 봄을 껴안는구나


나의 민족의 혼불

키 작은 백합화여,

너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대지의 속살을 깨우는구나


우리는

뿌리를 내린 하늘, 바다,

땅의 속살을 깨우고 있는 것일까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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