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궤물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3:36

 

 

 

토요 첫 휴무…지금 자녀들은 흙내음을 알까요?

이 봄에 떠날 수 있는 생태 기행지, 궤물오름

 

 

▲ 궷물 주변으로 나들이 나온 새끼노루귀

# 개구리알, 도롱뇽알, 그리고 '노루의 귀'처럼 귀엽게 생긴 '새끼노루귀'

 

가끔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자녀는 자녀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모두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요즘 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으로만 내몰고 있지 않나 싶다. 시험이라는 제도에 살아가고 있는 슬픈 세대들이다. 맘껏 산으로 들로 뛰어놀지 못하는 슬픈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고향의 내음은 바로 흙내음이 아닐까? 자녀들은 흙내음을 알까? 풀 내음을 알까? 그저 아는 것은 향기 없는 꽃향기를 알고 있겠지. 조금 뒤떨어지면 어떤가. 천천히 달팽이처럼 느리게 기어가면서 자연과 더불어 꽃향기를 맡을 수 있기를 바란다.

둘째와 셋째를 데리고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을 오른다. 궷물오름은 표지석이 세워져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1산록도로변에 자리한 궷물오름은 해송과 삼나무로 조림되어 있다. 야트막한 오름으로 그저 평범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 평범하게 보이는 오름 안에는 아름다운 꽃과 샘 그리고 산새들, 낭만적인 솔숲이 있다. 오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름 북동쪽 기슭에 샘이 흘러나온다고 하여 궷물오름이라 부르게 됐다.

특히 궷물오름은 제주의 목축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오름 북쪽 기슭에 백중제를 지내는 제단이 있다. 백중제는 우마의 번성을 기원하는 목축의례다. 백중제는 음력 715일 행해진다. 또한 이 오름 능선에는 테우리 막사가 있다. 테우리(목동의 제주어)란 소와 말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궷물오름은 비고 57m, 둘레 1,388m로 북동 방향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가 있다. 민둥산은 아니지만, 자녀를 데리고 가기에는 제격이다.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오름이지만 오름 내부로 들어서면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들려온다. 작은 바위굴에서 흘러나오는 산물 소리에 앙증맞은 새끼노루귀꽃이 활짝 피었다.

궷물에는 도롱뇽알, 개구리알이 신기하게도 많다. 성질 급한 올챙이들은 벌써 나와 꼬물꼬물 헤엄치며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궷물 부근에 잘 정돈된 잔디밭에 앉아 그림도 그리고 꽃 이야기도 나눈다.

노루귀꽃 이름이 정말 귀엽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노루의 귀와 닮지 않았다. 노루귀는 왜 노루귀라고 했을까? 꽃을 봐서는 전혀 노루의 귀와 닮지 않았다. 잎이 노루의 귀와 닮았다 하여 노루귀란 이름이 붙여졌다.

노루귀 종류로는 노루귀, 섬노루귀, 새끼노루귀가 있다. 새끼노루귀는 잎 먼저 나온 다음 꽃이 핀다. 노루귀 잎을 보면 노루처럼 귀엽게 생겼다. 노루귀는 한국특산식물인 만큼 우리가 잘 보호해야 할 야생화다.

신기한 노루귀꽃이랑 개구리알, 도롱뇽알을 관찰하고 나서 궷물오름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누런 솔가리를 밟으며 솔숲 길을 걸어가노라면, 산새들은 조잘거리고 어느새 상념의 숲길을 걷게 된다. 운치가 곁들여진 솔숲은 이 오름의 주는 묘미다. 정상에는 풀밭으로 되어 있으며 산불을 감시하는 경방초소가 있다. 생명이 움트는 오름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오름지기의 수고에 감사한다.

확 트인 정상에서 바다, 하늘 그리고 이웃해 있는 오름을 살펴본다. 큰노꼬메, 작은노꼬메, 산새미, 바리메 모두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 있다. 오름은 신비롭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하다. 그러나 자잘한 풀꽃들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그 안에는 신비롭게도 생명의 소리에 콩콩거리며 봄이 달려왔나 보다.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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