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족은노꼬메

제주영주 2006. 3. 9. 13:33

 

 

산, 나무, 꽃, 풀, 흙…. 숲의 생명을 위하여

한적한 오솔길 따라 족은노꼬메로 가다.

 

산새 소리 들려오는 오솔길 따라 하늘을 가린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솔향기 풍겨오는 한적한 오솔길에는 즐비하게 늘어진 산수국 헛꽃이 반긴다. 헛꽃 위로 봄 햇살이 내려와 앉는다. 날개를 펴며 팔랑이는 한 마리 나비처럼 곱게 춤을 추는 산수국 헛꽃, 한때는 하늘빛 춤결로 곱게 물들어 한층 산길이 화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름을 기다리는 산수국 헛꽃은 한층 단아하다. 한겨울 거센 눈보라에도 춥다고 그 한마디 내뱉지 않고, 가슴 깊이 차곡차곡 쌓여 익을 대로 익은 산수국 헛꽃. 그 단아한 모습은 마치 모시 저고리를 걸친 나비처럼 아름답다. 한적한 오솔길 따라 산수국을 벗 삼아 한참 걸어가노라면 족은노꼬메 기슭에 다다른다. 오름 기슭은 울창한 나무로 빼곡하다.
숲은 울창한 나무로 하늘을 가려 놓았다. 숲의 세계만을 만들어 놓듯, 고목에서 핀 일엽초가 푸름을 더해가고 하늘을 가린 숲 그늘에는 뱀톱이 무리 지어 푸름을 자랑한다. 노란 꽃을 피워낸 복수초가 화려한 꽃밭을 만들어가고 있다. 붉은 이파리를 틔우며 올라오는 붉은대극 새순이 장미처럼 붉게 타오른다. 봄의 노래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숲은 조용히 봄의 연주곡으로 새들을 불러놓고 합창을 한다. 하늘을 가린 숲속은 작은 생명을 탄생시켜 놓는다. 숲은 소중한 생명으로 끊임없이 이어간다. 그러나 그 소중한 생명이 숲으로 이어가기에는 조릿대들이 무리 지어 뻗어내러 오고 있다. 조릿대의 힘찬 줄기가 족은노꼬메를 휘감아 버리듯 무성하다. 하지만 그 힘찬 조릿대 무리에도 응하지 않고 꿋꿋하게 핀 복수초에게 갈채를 보낸다.
족은노꼬메는 비고 124m, 둘레가 3,112m의 규모로 북서 방향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오름은 비탈지며,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나무로 우겨져 있다. 겨우 정상에 올라섰다. 옹기종기 모인 오름을 껴안은 한라산이 눈에 들어온다. 어승생악을 부르면 성큼 달려올 듯이 다가서 있다. 족은노꼬메 곁에는 형님 격인 큰노꼬메가 있다. 노꼬메는 큰노꼬메와 족은노꼬메로 나뉜다. 이 오름의 유래는 사슴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인간들을 거부하는 노루의 컹컹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노루의 보금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깜찍한 새끼노루귀꽃과 개구리발톱이 발길을 붙잡는다, 숲을 지켜주는 고마운 들꽃이다.
제주가 아름다운 것은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있어서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옹기종기 모인 오름과 곶자왈이 펼쳐지며, 다양한 들꽃이 피고 지며 이색적인 풍광을 자아낸 덕분이다. 희귀성 식물이 도채꾼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사람이 바다로 나가 물고기가 될 수 없듯이 물고기가 뭍에서 사람이 될 수 없듯이 그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귀한 존재가 된다. 아름다운 제주를 지켜가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할 일이다. 자신의 영역을 포기하지 않고 힘차게 줄기를 뻗어 숲속의 주인공으로 매김 할 수 있도록 제주도민이 힘써야 한다.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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