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우보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3:41

 

 

 왕벚꽃 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으로 들꽃을 만나다!

소가 걸어가는 형국 우보오름

 

 

하늘에는 왕벚꽃이 하얀 날개를 펴고 들녘에는 샛노란 유채꽃 향기로 한창 무르익어가는 4월이다.

사월

벚꽃이 피는 사월에는 바람도 불지 말아라
벚꽃이 피는 사월에는 이슬비도 내리지 말아라
꽃비로 내릴 터이니
벚꽃이 피는 사월에는 시간조차 멈추어라!

언제나 젊음을 상징하는 푸르름을 간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새순이 돋아나면 싱그러운 여름이 있기 마련이다. 녹음이 짙어지면 곱게 단풍 드는 가을이 오는가 하면, 헐벗은 겨울 나목처럼 구부정한 노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고개를 숙인 할미꽃이랑 제비꽃, 솜나물꽃이 여기저기서 반기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들꽃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오름이다. 여기저기 이름 모를 들꽃이 곱게 피어난다. 이름 없는 들꽃이 어디 있으랴. 다만, 우리가 이름을 부르지 않았기에 우리에게로 와서 꽃이 되어 주지 않았을 뿐.
김춘수의 ‘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꿩의밥, 개구리발톱, 별꽃, 개불알풀 등이 여기저기서 피고 있으나 그 누구도 이름을 부르는 이가 없어 그저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이름을 불러 주자. 그러면 언제든지 웃는 얼굴로 당신의 가슴에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또, 누군가 당신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부를 것이다.
소가 걸어가는 형국이라 하여 붙여진 우보오름은 서귀포시 색달동에 있다. 오름 높이가 96m로 야트막하다. 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서쪽과 북쪽 봉우리 사이로 풀밭이 널따랗게 펼쳐진다. 마냥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향해 힘껏 달리고 싶을 만큼이나 정상 부위가 색다르다.
고려 때 원나라가 제주에 몽고 야생말을 들여오면서 말을 기르는 목장이 우보오름 인근에 있었다고 한다. 당시 약 160마리의 말을 들여왔고, 조선 시대에는 말을 키워 본토로 보내는 마정(馬政)이 있었다고 한다. 말과 밀접한 오름인 셈이다. 마치 오름 정상에 서 있다기보다는 한적한 들녘을 걸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평하다. 말들이 마음껏 풀을 뜯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또한, 3개의 봉우리가 황금빛 물결로 출렁거리며, 쪽빛 바다를 이끌고 달려오는 착각을 일으킨다. 억새물결과 쪽빛 바다와 한데 어우러져 있는 우보오름의 매력은 한층 낭만적이다. 한라의 맥을 이어가는 오름군이 손에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댄 채 물결을 일렁이며 다가온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제주다. 늘 평화로워 보이는 제주, 제주만의 색깔이 있어 더욱더 아름답다.
민틋한 정상에는 지천으로 민들레꽃이 만발하고, 큰구슬봉이도 피었다. 어여쁘기도 하여라, 어서어서 나팔을 불자. 작은 외침이 큰 외침으로 이 나라 이 땅이 하나가 되어 통일의 깃발을 꽂게 하자.

 

 

▲ 큰구슬봉이...파란물이 고여 있는 호수 같죠? 몸집에 비해 꽃이 크답니다.

 

▲ 즐거운 행보...아름다운 손길이 있는 날에는 그 어느 날보다 즐거운 행보로 하루를 마감하게 됩니다.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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