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군산-단산

제주영주 2006. 3. 9. 13:47

 

 

봄의 햇살을 닮은 들꽃들이 피어나는 오름으로

 

오름도 성별이 있는 것일까? 남자형이라 하여 숫오름이라 불리는 오름은 시오름, 돌오름, 굴메오름 등이 있다. 숫오름이란 별칭을 가진 굴메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에 창천리에 있다. 굴메오름은 비고 280m, 둘레 8,111m로 원추형 화산체다. 태평리에서 바라보면 뿔바위가 도드라지다. 굴메오름은 굴메또는 군산이라 부른다. 굴메오름은 탐방로가 되어있어 오르기 쉽다. 특히 이 오름은 정상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다. 오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 있다.

작은 꽃들이 깔깔거리며 연노란 햇살을 듬뿍 받고 있다. 들꽃의 속닥거림이 들려오는 햇살 좋은 날이다. 발길을 옮기는 곳마다 연노란 햇살을 머금은 들꽃의 인사를 받으며, 한 계단 한 계단 옮겨놓다 보면 금세 정상에 서게 된다. 동쪽 정상부에는 용의 머리에 쌍봉이 솟았다는 전설이 담긴 뿔바위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속이 뻥 뚫린 듯 상쾌하다. 손에 잡힐 듯 성큼 산방산이 다가오고 꿈을 꾸듯 평화로운 세상에 잠겨 있는 가파도, 마라도가 시선을 붙잡는다. 바다와 어우러지는 해안 마을 풍경이 고즈넉하게 펼쳐진다. 정상에서 바람을 가르며 행글라이더를 타고 있는 모습에 덩달아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아가는 듯하다.

서쪽 능선으로 발길을 옮기면 진지동굴에 다다른다. 이 오름에는 8개의 갱도진지가 있다. 태평양 전쟁 말기에 일본군들이 요새를 구축하기 위해 제주도민을 강제로 동원하여 파 놓은 갱도다. 제주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남사면 중턱에는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흘러나오는 구시물(굇물)이 있다. 구시물 안내판에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 옛날부터 기우제를 지낼 때 이 물로 제를 지내면 비가 내린다고 한다. 또한 남자형 숫오름에서 나오는 물이라 하여 아들을 소원하는 이에게 효험이 있다고 한다. 피부병도 이 물로 목욕을 하면 깨끗이 나았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고 적혀 있다.

굴메오름 등반로를 따라 걷다보면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을 만나게 된다. 자그마한 들꽃의 이름을 부르며 촬영하기에 바쁘다. “광대수염이 있네, 장딸기꽃이 화사하게 피었네! 등대풀이랑 흰대극도 피었네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들꽃 이름을 부른다. 그리곤 찬찬히 들여다보며 관찰하기 바쁘다. 그 모든 것이 신비롭고 아름다움만으로 가득 채워 놓은 듯, 봄 햇살이 떼구루루 구르며 풀밭으로 또는 꽃잎 위로 사뿐히 내려와 앉는다.

봄 햇살은 무슨 색깔일까? 물어보면 나는 연노란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봄에 피는 들꽃들이 대부분 노란색이 압도적으로 많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 복수초로부터 시작해서 흔히 보는 개나리꽃, 제주 전 지역에 향수를 뿌려 놓은 듯 진동하는 샛노란 유채꽃 등 모두 햇병아리처럼 노란빛으로 화사하게 웃는 들꽃으로 만발하다. 노란 햇살을 등에 짊어지고 바굼지오름으로 발길을 옮긴다.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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