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까끄레기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3:44

 

 

까끄레기오름·샛노란 꽃 물결

그곳에는 아름다운 들꽃과 평화로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 유채꽃 향기로 진동하는 봄

▲ 까끄레기오름 - 유채꽃잔치가 열렸던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관광단지

 

자그마한 오름이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자잘한 풀꽃을 품고 있는 까끄래기오름. 산체가 큰 오름은 웅장한 맛이 있어 좋고, 야트막한 오름은 정감이 가서 좋다. 이처럼 크고 작은 오름이 모여 독특한 멋을 그려내는 제주의 풍광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름이 특이한 이 오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오름나그네 김종철 선생은 '꼬끄다' 혹은 '고꾸다'라는 말에서 유래 됐다고 한다. '꼬끄다', '고꾸다'는 말과 소를 들에 놓아 살피면서 풀을 먹인다는 뜻을 가진 제주어다.

까끄래기오름은 표고 429m, 비고 49m, 둘레 1,338m인 규모로 정상까지 1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이 오름 사면에는 삼나무로 조성돼 있으며, 정상에는 억새가 무리 지어 가을날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오름은 원형에 가까운 분화구를 갖추고 있으나, 남쪽으로 무너져 있는 형상이다. 정상의 둘레는 약 500m로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분화구 안에는 몇 기의 묘가 양지바른 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이하게 이 오름 분화구 안에는 조릿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조릿대는 어떤 통로를 통해 이곳까지 발을 뻗어 왔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오름은 야트막하나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그 어떤 오름에서 바라보는 경관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까끄레기오름과 이웃해 있는 산굼부리 너머로 한라산이 펼쳐지고, 북쪽으로 부대악과 부소악 너머로 거문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동쪽으론 소록산과 대록산이 펼쳐지며, 이 오름 동북 기슭에는 유채꽃 물결이 환상적이다.

이처럼 오름은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내기도 하고 다양한 식물을 품고 있다. 그저 운동 삼아 오르는 이들에게는 단숨에 정상에 올라서겠지만, 자잘한 풀꽃과 눈인사를 하다 보면 온종일 즐길 수 있는 오름이다.

삼나무 그늘에는 앙증맞은 풀꽃이 수줍게 피어난다. 봄이면 꽃을 찾는 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곤 한다. 그 주인공들은 '각시족두리풀''각시붓꽃'이다. '각시'란 접두사는 '작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반 족두리풀과 붓꽃보다 모든 면에서 작아서 '각시족두리풀', '각시붓꽃'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족두리풀은 산지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제주에선 족두리풀, 개족두리풀, 각시족두리풀 등이 있다. 이 꽃의 유래는 꽃 모양새가 옛날 신부들이 시집갈 때 머리에 쓰는 족두리와 비슷하다 하여 붙여졌다. 각시족두리풀은 무성한 잎을 가진 족두리풀에 비해 두어 개의 잎으로 정갈한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꽃잎이 뒤로 젖혀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식물은 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이다.

또한, 이 오름에는 아담한 각시붓꽃도 품고 있다. 붓꽃은 꽃봉오리가 붓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꽃 역시 종류가 다양하다. 각시붓꽃, 금붓꽃, 노랑무늬붓꽃, 노랑붓꽃, 솔붓꽃, 흰붓꽃, 귀화식물인 등심붓꽃 등이 있다. 각시붓꽃은 보라색으로 고귀하게 피어나는 들꽃이다. 저지대 오름에서 한라산 1,700고지 일대까지 분포하고 있다. 까끄래기오름은 각시족두리풀과 각시붓꽃을 키워내는 보금자리인 셈이다. 이처럼 오름은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로 제주의 식물을 품고 있다.

 

 

 

▲ 작고 어여쁜 새색시라는 의미를 지닌 각시붓꽃

 

휘파람새 노랫소리에

봄은 지고 있는데

 

이제야 알겠다

 

꽃집에서 너를 만났으면

청잣빛 꽃물을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청잣빛 꽃물이 흐르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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