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바리메

제주영주 2006. 3. 9. 13:50

 

 

초록 숲 향기 가득 바리메를 오르다. 

오월은 사랑과 감사의 계절 


▲ 오월의 꽃, 철쭉

 푸르름으로 짙어가는 오월입니다. 오월의 꽃은 사랑과 감사의 꽃입니다. 사랑과 감사의 꽃을 달아 드리기 위해 어버이날에 '한라산을 사랑하는 모임'에서는 성 이시돌 요양원으로 갔습니다.

 붉은 카네이션은 살아계신 어버이 가슴에 감사의 선물로 보답해 드리는 꽃입니다. 하얀 카네이션은 하늘나라로 떠나 부모님께 바치는 눈물의 꽃입니다. 카네이션의 꽃말은 사랑과 감사입니다.

 어른들이 청소 담당을 맡아서 청소하는 동안에 꼬마천사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습니다.

 오월의 태양처럼 해맑은 웃음으로 밝게 빛나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가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날 수 있는 선물을 안겨드리는 어린이들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서로 힘을 합쳐서 청소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즐겁게 청소를 마치고 나서 푸르름은 짙어가는 바리메로 향했습니다.

 산록도로변 웅진리조트 입구에서 1.9km 되는 농로를 따라 들어가면 들꽃의 인사를 받으며 시멘트 포장길을 걸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시멘트포장길을 걸어가는 것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자연 그대로 길이라면 한결 걸어가는 느낌이 좋았을 건데 시멘트포장길이라서 조금은 아쉽지만, 푸르름으로 뒤덮은 바리메를 생각하며 어서 빨리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바리메로 향하는 길목에는 고추나무들이 하얀 손을 흔들어 주며 어서 오라고 반갑게 맞아 줍니다. 울창한 자연림으로 뒤덮은 바리메를 오르는 기분이란, 마치 초록물속에 온몸을 첨벙 담가 놓은 듯합니다. 초록향기가 가득 풍겨오는 숲길을 걷습니다. 초록향기가 온몸에 풍겨오는 듯합니다. 싱그러운 숲 속에 있으면 마음마저 초록 물로 물들어버립니다.

 굼부리의 등성마루를 따라 한 바퀴 돌아가며 이어지는 오솔길은 초록 물결을 일렁이는 밀림 속에 서 있는 듯합니다. 초록 물결 밀림을 조금 벗어나자 원형의 굼부리 안쪽으로 철쭉꽃밭이 펼쳐집니다.

 아, 오월입니다. 연분홍 철쭉꽃이 화사한 미소로 반겨주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천국의 길입니까.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철쭉꽃밭에서 오월을 껴안아봅니다. 사랑의 계절 오월입니다. 아름다운 오월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오고 지천으로 꽃은 피어났습니다. 억새풀 사이로 각시붓꽃도 아름다운 오월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계절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봄의 색깔과 여름의 색깔 그리고 가을의 색깔과 겨울의 색깔을 지닌 오름, 오름은 언제나 자기만의 가지고 있는 색깔로 다가옵니다. 때론 쓸쓸함과 때론 초록바다처럼 싱그러움으로 때론 고요한 물결로 때론 깊은 사색에 잠겨 있기도 합니다.

 숲 속의 오솔길이 좋습니다. 푸르른 언어로 가득 채워 놓은 숲, 새들이 날아옵니다.

새들은 흩어놓은 초록언어를 주워 삼킵니다. 알 수 없는 새들만의 언어지만 초록의 언어로 뱉어 놓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숲과 새들이 뱉어 놓은 언어로 물들어버립니다. 초록 언어가 좋습니다. 새들의 알 수 없는 언어와 숲의 뱉어 놓은 초록언어로 마음속까지 가득 채워 놓게 됩니다.

 오름을 오르는 시간 동안에는 그 어떤 시름도 훌훌 털어놓게 됩니다. 오름은 고마운 존재입니다. 무거운 마음의 찌꺼기를 기꺼이 받아 줍니다. 오름을 오르고 나면 한결 가벼워집니다. 마음도 몸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또 한 주를 힘차게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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