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붉은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4:15

 

 

날마다 황금알을 낳는 바다, 섭지코지

해안경관이 수려한 섭지코지

 

 

 

 

▲ 섭지코지 일출.

 

동쪽 하늘에는 금성이 떠 있고, 어두운 장막이 걷히면서 푸르스름한 여명이 밝아온다. 힘찬 새날이 펼쳐진다. 바다는 매일같이 황금알을 낳는다. 그러나 그 황금알의 생은 하루다. 그렇게 짧은 생을 살다 간다. 온몸을 불태우며 하루의 소중함 속에 촌각을 다투며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바다는 수천억만 개의 황금알을 낳았다. 그 황금알은 대자연의 커다란 희망이며 불빛이다.

만약에 황금알을 낳지 못한다면 온 세상은 암흑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바다는 그렇게 매일 산고의 고통 속에 황금알을 낳는다. 그 얼마나 위대한 바다인가. 그 장엄함이란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렵다. 그곳에 가보지 않은 이들은 모른다. 그곳에 서서 장엄한 해돋이를 보지 못한 이들은 모른다. 해돋이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일생 또한 그 얼마나 소중한가를,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이 그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낄 수 있다.

해돋이를 바라보면서 생과 죽음은 하나의 연결고리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죽음은 저 멀리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해돋이를 바라보면서 희망찬 오늘과 내일을 설계하지만, 가끔은 죽음도 생각해야 한다.

날마다 어김없이 정열을 사르며 황금알을 품고 잉태하는 바다, 한 해를 시작하며 또는 앞날을 다짐하기 위해 찾아가는 곳, 눈물로 쏟아져 내리는 바다가 한없이 펼쳐지는 곳, 그리운 바다, 태풍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진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는 오름이 좋다. 아름다운 바닷속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 성산읍 신양리 방두곳은 일명 섭지코지'라 불린다. 이곳은 올인 촬영지로도 유명하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해안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바다만 바라보아도 어느새 무더위에 지친 육체는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바닷새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난 파도가 하얀 물거품을 물고 달려왔다가 산산이 부서져 내린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언덕 위에 그림 같은 교회가 펼쳐진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해안 경관 속으로 걸어가노라면 그 누구라도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듯하다. 섭지코지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촛대 모양을 한 바위가 있다. 이 바위를 선돌(선녀바위)이라고 한다. 이곳은 해돋이가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며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선돌은 용왕의 아들과 선녀의 애절한 사랑이 담긴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선돌과 마주하고 있는 붉은오름은 아담한 동산 같은 느낌이다. 오름 전체가 붉은 송이(화산석)로 형성되어 있다. 오름 전체가 붉게 보인다 하여 붉은오름 또는 한자로는 적악이라 한다. 등반로가 설치되어 있으며, 15여 분이면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에는 하얀 등대가 있다.

아름다운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지는데 조금은 비를 맞아도 좋겠다. 절굿대꽃이 동그란 원을 그리며 자그마한 꽃송이들이 솟아나듯 피어난다. 붉은오름은 절굿대 최대의 군락지다. 평화로움만이 고여 흐르는 곳, 쪽빛 바다를 향해 가을을 기다리는 갯쑥부쟁이가 한 송이씩 피어올라 애절한 그리움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붉은오름 정상에 서서 바라보면 일출봉과 쇠머리오름의 이중주가 펼쳐진다. 출렁거리는 파도와 어우러지는 푸른 들녘에는 풀을 뜯는 말들이 한가롭기만 하다. 이 풍광이야말로 아름다운 해변의 연주곡이며 아름다운 섬나라의 연주곡이다.

 

▲ 절굿대…동그란 원을 그리듯 자그마한 꽃송이들이 피어납니다.

▲ 일출봉과 쇠머리오름의 이중주가 펼쳐집니다.

 

▲ 풍요로움…태풍 맛사와는 아랑곳없는 풀을 뜯는 말.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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