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작고 앙증맞은 꽃, (금강애기나리, 애기나리)

제주영주 2007. 6. 8. 17:36

 

 

 

금강애기나리(진부애기나리)

 

유월이 시작되면 생각나는 들꽃이 있습니다. 깊은 산기슭에 피어나는 한 떨기 백합화,  순결을 상징하는 흰백합화 보다는 자그마한 키에 귀여운 꽃, 금강애기나리가 보고 싶어집니다.

 

여름을 알리는 꽃 중에는 나리꽃 식구들이  제법 많이 피기 시작합니다.

털중나리, 참나리, 땅나리, 하늘말나리, 꿈에 그리던 솔나리 등 제법 나리 식구들도 많은 편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자그마한 꽃으로는 금강애기나리와 애기나리가 있습니다.

 

오월말부터 서서히 피기 시작하여 6월 초가 되면 제법 주근깨 가득 찬 귀여운 얼굴들이 하나 둘씩 풀숲 사이로  고개를 내밉니다. 그러다 어느새 피었다 지고 말았는지 꽃이 지고 난 후에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꽃이 피어야만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들꽃입니다.

 

애기나리는 수줍음이 많은지 고개를 푹 숙이고 피는 반면에 금강애기나리는 발랄한 꼬마처럼 주근깨 가득 찬 귀여운 얼굴로 앙증맞은 자그마한 꽃입니다.

 

애기나리는 중산 간 오름에서도 볼 수 있으나 금강애기나리는 높은 산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들꽃입니다.

금강애기나리의 또 다른 이름은  진부애기나리라고도 합니다.  진부에서 처음 발견되어 '진부애기나리'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합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군에 가지 않아도 귀여운 금강애기나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한라산을 오르다 보면 1600고지 즈음 올랐을 때  검은 깨처럼 점점이 박힌  귀여운 꽃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말괄량이 삐삐를 닮은 귀여운 꽃, 금강애기나리를 제법 어여쁘게 담아내고 싶었으나, 쉽사리 어여쁘게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여섯 장의 꽃잎을 활짝 열고는 귀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그마한 금강애기나리를 본다면 누구나  입맞춤을 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애기나리는 오월이 시작되면 중산 간 오름에서 첫 대면을 할 수 있습니다.

잎 모양새가 둥글레를 닮았습니다. 꽃이 피어야만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자그마한 들꽃입니다.

꽃이 피어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자그마한 풀꽃이라도 놓치지 않고 눈여겨본다면 수줍게 미소 짓는 애기나리와 눈맞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들꽃을 만나는 재미로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는 내 모습 역시 발밑을 내려다보는  애기나리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자그마한 꽃송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눈 속에 잡힌

애기나리,  그 자그마한 꽃송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요리보고 저리보고 아무리 쳐다보아도 고개를 들지 않는 수줍음이 많은 애기나리 앞에 꽃 속을 들여다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애기나리보다 더욱 낮은 자세로 엎드려 자그마한 꽃잎 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사랑스러운 꽃술, 사랑스러운 꽃잎을 보면 영락없이 애기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산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자그마한 몸놀림은 사랑스러운  눈빛입니다.

해마다  만났어도 다시금 눈맞춤을 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들꽃입니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들꽃으로 다가오는 한라산 그 너른 품안에서 피어나는 자그마한 꽃송이 송이마다

눈맞춤 제대로 할 수 없을 때도 많았으나 자그마한 꽃송이를 만나려 한라산을 오릅니다.

 

한라산에서는 금강애기나리 필 즈음 함께 피기 때문에 한라산에서는 둘 다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깊고 너른 품안에서 피어나는 앙증맞은 들꽃의 아름다움의 행복을 느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