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수염가래꽃

제주영주 2007. 6. 18. 23:58

 

 

 아름다운 새를 닮은 꽃, 수염가래꽃을 아시나요?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작고 앙증맞은 수염가래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와 습지를 노닐고 있는 듯 작고 앙증맞은 꽃은 새가 되어 날갯짓을 펄럭입니다.

 

수염가래꽃이 피었다는 소식에 얼른  만나고 싶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꽃도 아닌데 수염가래꽃과의 만남을 생각하니 새처럼 날아오르고 싶습니다.

'올해는 얼마나 어여쁘게 피었을까? 이번에는 제대로 어여쁘게 담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자그마한 꽃이라 예쁘고 또렷하게 담기가 어렵습니다. 수염가래꽃의 특징은  반쪽만 꽃잎이 펼쳐 있는 모습이지만, 보일 듯 말듯 한 꽃술을 뚜렷하게 담아야 아름다운 새의 부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턱 수염을 닮아서 '수염가래꽃'이라 합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세미초 (細米草), 과인초(瓜仁草),또는  반쪽자리 연꽃 같다 하여 반변련(半邊蓮), 반변하화(半邊荷花)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영락없이 아름다운 새의 모습입니다.

 

자그마한 꽃술은 새의 부리처럼 나와 있으며 다섯 개의 꽃잎을 활짝 펼치면 우아한 학처럼 아름답습니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새를 닮았습니다.

 

고고한 학이 되고 싶은 까닭일까요. 아니면, 우아한 백조의 꿈을 저버리지 못한 탓일까요.

아름다운 새의 꿈을 간직한 꽃일 것입니다.

 

수염가래꽃은 습지나 논둑에서 자랍니다. 습한 곳을 좋아하면서도 햇빛을 좋아하는 꽃입니다.

아름다운 수염가래꽃을 만나러  전부터 알아 두었던 습지로 찾아갔습니다.

 

수염가래꽃이 피는 습지에는 아름다운 백로가 날아들기도 합니다.

그들만의 세상이었던 평온한 습지로  불청객의 찾아가면 금세 놀라 멀리 날아가 버리는 아쉬움에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말지요. 하지만, 고고한 새들의 남기고 간 여운에 피어났을지 모를 수염가래꽃과의 만남은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자유롭게 날아갈 수 없는 슬픈운명이지만, 소박한 꿈을 안고 피어나는 자그마한 꽃, 수염가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우아한 새를 닮았습니다.

 

자유를 갈망하면 할수록 줄기는 땅을 기며 뿌리를 내립니다. 또다시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족쇄를 채우고  말지요.

 

대지로부터 쪼여오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도 그들의 꿈은 저버릴 수 없어 자그마한 날개를 펄럭이며

자유로이 날 수 있는 창공을 그리워하는 까닭에서인지 꽃잎이 쉼없는 날갯짓에 아름다운 꿈으로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