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오월의 햇살처럼 찬란한 아름다운 큰앵초, 설앵초

제주영주 2007. 5. 21. 13:11

 

 

 

 

 

 

 

 

 

 

 큰앵초, 설앵초

 

나풀거리는 초록 잎 사이로 고운 햇살이 숲으로 내려와 앉으면 그 포근함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어여쁜 미소를 지으며 피어나는 아름다운 들꽃으로 만발한 오월의 한라산으로 향했습니다.

 

아름다운 한라산의 들꽃을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렙니다.

'아, 올해는 얼마나 어여쁘게 피었을까?  올해도 그 자리에 곱게 피어서 반겨줄 테지, '라는 생각에 설레는 발걸음을 옮겨 놓았습니다.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숲길을 한발 한발 내디디며 앉은뱅이 풀꽃과의 눈맞춤도 소중히 여기면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조릿대 사이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며 어여쁜 큰앵초가 반겨주기 시작했습니다.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며 큰앵초의 아름다움에 허리를 굽혀 가벼운 입맞춤으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앵초는 앵두나무 꽃을 닮아서 앵초라 하는데 앵두나무 꽃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앵초식구로 큰앵초, 설앵초, 좀앵초, 돌앵초 등이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큰앵초, 설앵초를 볼 수 있습니다.

둘다 고산지대에 자라기 때문에 아름다운 큰앵초, 설앵초를 보기 위해서는 한라산으로 가야합니다.

 

 큰앵초는  늘씬한 키에 붉은 자주색으로  층층이 꽃을 피우며 깊은 산 속 습한 곳에 자랍니다.

큰앵초의 화사한 미소에 눈빛이 꽂힌 일행들은 일어설 줄을  모른 채, 오로지 큰앵초와의 조우를 만끽했습니다.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피어난 어여쁜 큰앵초의 아름다움이 신록으로 물든 숲을 화려하게 밝혀주는 오월의 한라산은 찬란합니다.

 

큰앵초의 화려함에 허리를 굽혀 분홍빛의 꽃잎에 살짝 입맞춤을 하고는 발길을 떼었습니다.

 

헉헉거리는 숨을 몰아쉬고 고개를 들고 쳐다보면 초록으로 가린 엷은 커튼 사이로 파란 얼굴이 살며시 내려와 평온함을 안겨줍니다.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는 병아리처럼 앉은뱅이 꽃 한번 보고 파란하늘 쳐다보며

오월의 한라산으로 날개를 펼쳐 봅니다.

 

앉은뱅이 풀꽃과의 입맞춤에 행복은 커져만 가고 겨드랑이 속에 숨겨진 날개가 간지럽다고 파란 하늘가로 날아오를 듯 벅찬 심장 고동소리가 쿵쿵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오월이여, 부르지 않아도 다가오는 아름다운 몸짓이 파란하늘 아래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설앵초는 큰앵초에 비해 자그마한 키에 자그마한 꽃송이가 연한 자줏빛으로 피어납니다.

산바람이 불어오면 산들산들 춤을 추며 노래하는 설앵초, 양지바른 풀밭이든, 졸졸 흐르는 물가든

파란하늘 아래 춤을 추는 앙증맞은 설앵초와의 입맞춤은 행복했습니다.

 

 풀 한 포기 건드리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설앵초는 나를 위해서 피어난 것만 같습니다.

하늘을 향해 노래하는 설앵초, 한라의 높은 봉우리 부악을 향해 오월을 노래하는 설앵초,

맑은 노루샘 물소리에 춤을 추는 설앵초, 그 어느 것 하나 풀 한 포기 건드리지 않아도 아름다운 설앵초를 담을 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햇살과 바람의 조화로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한라의 들꽃, 그 중에서도 설앵초와 큰앵초와의 조우는 가장 행복한 오월의 입맞춤으로 오월의 햇살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몸짓에 머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