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이야기

노란 꽃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우리꽃나무, 섬매발톱나무

제주영주 2007. 6. 9. 11:27

 

 

 섬매발톱나무(섬매자나무)

 

5월이 시작되면 한라산에는 온갖 꽃나무들이 서로 앞을 다퉈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울울창창 녹음이지는 한라산에서는 아름다운 우리의 꽃나무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꽃나무들이 한창 아름다움을 뽐낼 즈음이면   발밑을 내려다보고 걷던 꽃쟁이의 시선까지 독차지하게 되지요.

 

푸르름으로 물든 한라산 숲길을 걷노라면 마치 호루라기를 부는 듯 호르 ~` 호르르르 ~` 또는 딱따구리 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개구쟁이 흉내를 내고 있는 산새소리도 들려옵니다. 푸르름에 숨어 산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다양한 산새의 소리에 나도 모르게 한 마리 새가 되어 산새소리 흉내를 내기도 하지요.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느껴집니다. 세상은 온통 푸르고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 마음마저 푸르른 이파리처럼 산바람에 살랑이며 날아오를 듯 상쾌합니다.

 

쪼그리고 앉아 자그마한 세상을 들여다보다가 가끔은 고개가 아프도록 하늘을 쳐다보며 넓은 세상도 들여다봅니다. 하지만, 가장 적당한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가장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나의 눈높이에서 시선이 머무는 곳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최상의 아름다운 시선이 머무는 곳이겠지요.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  보는 꽃은 아주 멀리 있는 세상처럼 가까이 가기 어렵습니다.

적당한 눈높이에서 마주칠 수 있는 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시선이 머물 수 있겠지요.

 

가장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알맞은 눈높이의 꽃나무, 섬매발톱나무의 매력을 아시나요?

자그마한 노란 꽃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어여쁜 섬매발톱나무는 한라산에서 만나 볼 수 있는 한국특산식물입니다.

 

섬매자나무라고도 부르는 이 나무를 가을날 처음 만났습니다. 하산길에 빨가니 잘 익은 열매를 보고 섬오가피열매라 생각하고는 두어 송이를 따 먹었습니다. 이듬해 한라산을 올랐을 때 자욱한 안개가 온 산을 휘감기며 신비로움에 젖어있을 무렵 어디선가 한 번도 맡아보지 않았던  향기가 안개 자락에 실려와 자신의 존재를 알려 주었습니다.

 

자그마한 꽃송이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달려 있는 어여쁜 노란 꽃송이가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잎 가장자리에 솜털 같은  톱니가 나 있으며, 가지에는 세 개로 갈라진 큼지막한  가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무서운 매의 발톱을 닮은 큼지막한  가시를 보면 '매발톱나무'란 이름이 잘 어울립니다.

 

무서운 가시가 도사리고 있어도 앙증맞은 자그마한 노란 꽃송이들이 주렁주렁 달려 섬매발톱나무 꽃 앞에서는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르름과 노란 꽃송이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우리의 꽃나무 사랑스럽습니다.

 

스멀스멀 안개 자락에 휘감겨 피어나듯 노란 꽃망울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던 지난날의 추억을 끄집어 봅니다.  - 아,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러본다. 나의 무모한 행동 때문에 부슬부슬 안개비 내리는 깊은 산속을 헤맨 일,  풀꽃의 아름다움에  바람 같은 세월이 흘러 아주 먼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스멀스멀 노란 꽃망울로 피어났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기억만을 가슴에 남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