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산수국의 신비를 찾아서
숭고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우리의 꽃나무
▲ 가운데 있는 자그마한 꽃은 양성화(진짜 꽃)입니다. 가장자리를 둘러 싸인 꽃처럼 보이는 꽃은 중성화(헛꽃)입니다.
여름 숲 어디서든 산수국은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나무입니다.
산길을 지나는 나그네의 마음에 한 떨기 꽃으로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산수국이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탐라산수국의 신비를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탐라산수국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이들은 그저 눈으로만 보고 지나 칠 수 있습니다.
탐라산수국의 아름다움을 알고 나서부터는 깊은 애정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꽃들이 아름답지만 특별하게도 깊은 애정이 가는 꽃나무입니다.
정원이 있는 집이라면 울타리 대신에 탐라산수국으로 심어 놓고 가까이서 늘 바라보고 싶은 꽃나무입니다.
산수국과 눈맞춤을 하기에는 적당한 킵니다. 1m 정도 자랍니다.
고개가 아프도록 하늘 높이 올려다보지 않아도 되고 쪼그리고 앉아서 고개를 푹 쑥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적당한 눈높입니다. 산길을 지나다가 가벼운 눈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적당한 눈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에 피는 수국은 모두 산수국으로 생각을 하겠지만, 산수국 종류도 다양합니다. 산수국, 탐라산수국, 성널수국, 꽃산수국 등이 있다는것을 알고 나서는 수국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은은한 멋과 어머님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탐라산수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 헛꽃의 역할은 곤충을 유인하는 데 있습니다.
산수국의 헛꽃이 색깔은 여러 가지의 색으로 변해갑니다.
연한 연두색에서 하얀색으로 하늘처럼 말간 파란색으로 보라 또는 연분홍, 다양한 색의 변화를 보고 제주에서는 도채비(도깨비)꽃이라 부릅니다.
가운데 꽃은 양성화(진짜 꽃)입니다. 가운데 꽃을 둘러싸인 가장자리 꽃은 중성화(헛꽃)입니다.
양성화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기 때문에 헛꽃의 역할이 필요한 꽃입니다. 헛꽃의 역할은 곤충을 유혹하는 데 있습니다.
▲ 가운데 있는 양성화(진짜꽃)가 모두 피어야만이 헛꽃에도 자그마한 진짜꽃이 한 송이씩 피기 시작합니다.
헛꽃에 양성화가 있는 것은 탐라산수국입니다.
처음부터 헛꽃에 양성화가 피지 않기 때문에 산수국인지 탐라산수국인지 구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지켜보면 가운데 있는 양성화가 모두 피고 나면 가장자리에 있는 헛꽃에도 자그마한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탐라산수국은 꽃 중에서도 미덕을 갖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헛꽃에 양성화가 피면 가장 아름다운 한 떨기 꽃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헛꽃은 가운데 있는 양성화(진짜 꽃)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어머님의 따스한 마음처럼 자식을 위해서 가장자리로 둘러싸여 보호합니다.
▲ 가운데 있는 양성화가 수정을 마치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자 헛꽃은 아래를 향해 내려다 보게 됩니다.
진짜 꽃의 수정을 위해서 헛꽃은 먼저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가운데 있는 양성화가 모두 피어야만 제일 나중에 헛꽃에도 자그마한 진짜 꽃이 한 송이씩 소박하게 피어납니다.
꽃잎은 넉 장이며 수술·암술을 갖춘 꽃이 제일 나중에 피어납니다.
이는 진짜 꽃을 위한 배려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덕망을 갖춘 꽃입니까?
가운데 있는 양성화가 수정을 마치고 나면 헛꽃은 임무를 다하게 됩니다.
가운데 있는 양성화가 지고 나서야 헛꽃의 양성화도 지게 됩니다.
열매가 서서히 맺힐 무렵이면 양성화를 보호했던 헛꽃은 서서히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열매를 여물기 위해서는 헛꽃의 영양분을 아낌없이 줘야 하기 때문에 헛꽃은 빛바랜 색으로 변하면서 주름만 남겨 지게 됩니다.
이는 마지막 남은 영양분까지 자식을 위해서 주기 위한 어머님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 꽃이 지고난 후에도 헛꽃은 매서운 한파에도 끝까지 매달려 있습니다.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서 살다 보니 남은 것이라곤 메마른 살가죽에 주름투성이만 남아 있습니다.
수의를 입고 떠날 채비에 나섰지만 자식이 눈에 밟혀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매서운 한파에도 끝까지 매달려 있습니다.
주름투성인 마른 헛꽃은 한겨울에도 남아 있습니다.
죽어서도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차마 자식 곁을 떠나지 못하는 우리네의 어머님의 마음처럼 곱기만 합니다.
우리네의 정서와 맞는 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이나 우리네의 어머님을 닮은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수국은 숭고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우리의 꽃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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