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속 이야기

집떠나면 고생 길

제주영주 2006. 3. 9. 20:48
이번엔 아들 혼자 보내려고 했던 것이었다.
혼자 충분히 다닐 나이이고, 지난번에 같이 동행을 했으니,
이번은 혼자 보내도 충분할 거라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내에서 에어컨을 팍팍 틀어놓은 덕분에 비염이 살아 활기를 쳤다.
빨리 병원에 가고 싶다며 정신을 못 차릴 만큼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힘들어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는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가고 싶었다.


공항에 도착하자 푹푹 찌는 날씨가 우리를 반겨준 덕분에 아들은 원상태로 다시 차츰차츰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플라타너스의 잎들이 무성해지고 은행나무의 긴 행렬을 지나서 침엽수, 그 나무의 이름은 모르지만 독일 가문비 같은 침엽수의 매력 있는 나무들의 즐비하게 늘어선 도로를 지나면서 눈이 피로와 마음조차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시간 속에 차창 밖의 풍경들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날씨가 무더워서 그런지 많은 사람의 한강공원으로 나와 텐트를 치고 더위를 식히고 있는 풍경들은 아마도 서울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무더워 지는 하늘 향해 줄기차게 뿜어대는 물줄기만 보아도 어느새 시원해져 왔다.


한 시간가량 지났을까? 길음역에 도착했다.
어느새 어둠이 깔린 낯선 도시에서 다시 우리는 헤매기 시작했다.
늘 그렇지만, 숙소를 잡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
도대체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몰라 헤맨 끝에 겨우 잡은 곳 그나마 우리가 잡은 곳은 깨끗하고 큰 방이라 일단은 흡족했다.
숙소를 잡고 나서 우리는 다시 식당을 찾기 위해 헤매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분식 가게만 보이는지,  대충 먹을 수 있지만, 그 다음날 아침식사를 못 할 생각을 하면 대충 먹을 일이 아니었다.
저녁이라도 제대로 먹어야 다음날 애가 견뎌낼 것 같아서 또 다시 마땅한 곳을 찾아 헤맨 끝에 독도 참치횟집이 눈에 들어왔다. 깔끔한 횟집은 마음에 들었다.
참치초밥도 맛있고 흡족한 저녁을 먹고 나서 우리는 시장으로 들어가서 거봉을 사고 들어갔다.


피로가 겹쳐 누워 있지만 잠자리를 바꾼 탓에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에 눈을 떴지만 피곤함은 여전했다.
아들은 다시 아프다고 하면서 일어나지 못해 헤매기만 하였다.
겨우 아들을 깨우고 학교에 도착하자 이미 천 여명이 되는 학생들이 각처에서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12시 30분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이라도 가볼까 했는데 마침, 제주에서 올라간 학부모를 만나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갔다.
4시간 동안 애들은 긴장 속에 갇혀 있다 나왔다.
우리는 얼른 그곳을 빠져나가 점심을 챙겨 주기로 했다. 투타에 가서 점심을 먹고 나서 모처럼 쇼핑도 하였다.
경복궁이라도 가 볼까 했는데 애들이 피곤하다 하여 바로 우리들의 안식처가 있는 고요한 섬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