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속 이야기

또 다른 행복을 느끼며

제주영주 2006. 3. 9. 21:18
주말에는 평일보다 두 배로 일이 많아진다.
애들 교복이랑 손세탁을 해야 할 옷들은 모두 꺼내서 세탁을 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대충 청소기로 청소를 해 놓고는 서둘러서 김치를 담가 놓았다.
냉장고에 김치가 가득 있으면 제일 행복해 진다. 행복이란 별것이 아니다.

행복이란
아침녘에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아도 행복해지며
부슬부슬 밤비가 내리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단잠을 자는 일도 행복한 것이고
고요한 새벽 안개에 싸여 상념에 젖어들 때도 행복하고
가슴을 울리는 음악에 취해 젖어들 때도 행복하고
바람에 실려 오는 커피향이 스며들 때도 행복하고
사우나 실에 앉아서 블랙커피를 마실 때도 행복해지고
초목들이 싱그러운 바람결에 나부끼는 모습에도 행복해지고
꽃향기가 가슴팍으로 스며들 때도 행복해지고
포근한 봄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갈 때도 행복해지고
가슴에 스며드는 시를 읽을 때도 행복해지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올 때도 행복해지고
다정한 벗과 한 이불에 누워있을 때도 행복해지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고 있을 때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이란 우리 주변에 늘 우리와 함께 동행을 한다.
부자는 아니어도 밥을 먹을 정도이면 될 것이고,
박식하지는 아니하여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으면 되는 것이다.
급하게 서둘러서 살아가지는 말아야겠다.
가끔은 뒤도 돌아보고 옆도 살피면서 살아가야겠다.

우리는 또 다른 행복을 만끽하기 위하여 햇살 좋은 토요일 오후 은아와 나는
바람결에 실려 오는 풀 향과 바다 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별도봉으로 향했다.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싱그러운 이파리들처럼 생동감이 넘쳐나 보이고 그들의 삶이 아름다워 보인다.

별도봉에는 아마도 2년 만에 가보는 것 같다.
바닷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오고 키 작은 들꽃이 오밀조밀 피어 누런 억새풀 사이로
간간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화려한 꽃들보다는 한결 친숙해서 좋다.

바닷가 주변으로 아담하게 모여 있는 화북 마을은 저녁 하늘을 초대하고,
조용한 마을 뒤로는 삼양 발전소가 보이고, 저녁을 이고 오는 오름들이 고요하기만 하다.

몇 해 전에 별도봉을 그리려 간 적이 있었다.
그날은 꽃피는 춘삼월이었다.
햇살이 맑아 포근할 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 나의 착오였다.
다섯 시간 정도 한곳에 가만히 앉아서 그림을 그리자 온몸이 굳어가고
심장마저 멈추는 것만 같았다.
바닷가 바람은 여전히 차디찼다.

오늘도 나는 아름다운 행복과 함께 동행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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