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속 이야기

천가지 아름다움이 있는 동굴로 가다.

제주영주 2006. 3. 9. 21:55

천가지 아름다움이 있는 동굴로 가다.

 

 

 

세상은 온통 하얀 나라 며칠째 내리는 눈 덕분에 꼼짝할 수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설국에서 집토끼 마냥 창밖을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 속이 상했다.

이번 연휴에는 애들 데리고 미천굴에 가고 싶었는데 꿈이 산산조각이 날 때마다 하루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가 버리는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연휴가 끝나버리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줄 알았을 것이다.
눈송이가 휘날리는 월요일 날 미천굴로 향해가다.

미천굴은 성산읍 삼달리에 있으며 1000가지 아름다움이 있다는 동굴로서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동굴이다.

새하얀 정원 길을 걸어본다. 뽀드득뽀드득..
하늘엔 함박꽃잎이 훨훨 날리고 뜨겁도록 타오르는 얼굴빛
빠알가니 고운 동백꽃의 미소가 내 사랑하는 이의 미소처럼 고웁기만 하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도 사랑의 열매는 더욱더 타올라 빠알가니 영글어가는 먼나무
아름다운 정원 길 따라가노라면 마치 이국에 온 느낌이 들만큼이나
커다란 야자나무 산책로가 보인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야자나무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 또한 즐겁기만 하다.
야자나무 산책로 옆에는 작은 온실이 있다.
선인장 온실에는 생소한 선인장들이 따뜻한 온실 방에서 고운 꿈으로 키워가고 있다.


일출랜드의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미천굴이다.
동굴 입구에는 커다란 방사탑이 있는데 이 방사탑은 3년에 걸쳐서
제주도민 숫자와 같은 55만 개의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방사탑은 액운을 막아줄 것만 같다.

미천굴의 매력은 다른 동굴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동굴 안의 연못이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이
고여서 이룬 연못 안으로 비추는 물빛, 동굴 벽을 아롱다롱
비추는 불빛은 마치 동굴 안의 무도장 같은 느낌이 든다.


동굴 안에는 다도해를 연상케 하는 바닥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
섬은 섬끼리 모여 살고 사람들은 사람들끼리 모여 산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우리가 있으니 내가 외롭지 않듯이 사랑하는 이가 있어
행복한 날들이며 숨가쁜 날들이다.
모두가 소중한 나의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어두캄캄 속에서도 푸른 생명의 씨앗은 자란다.
동굴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동굴의 높이는 낮아지면서
작고 앙증스런 고사리들과 물이끼들이 동굴 벽에 대롱대롱 달라붙어 있으며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들이 영롱하고 신비롭기만 하다.

아, 생명이란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생각보다 동굴의 길이는 길었다. 1700미터나 되는 동굴을 관람하고 나서
우리는 도자기 체험학습장에서 각자 하나씩 도자기를 만들어보았다.
갑신년을 기념하는 도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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