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속 이야기

야생초 같은 사람

제주영주 2006. 3. 9. 22:06

 야생초 같은 사람

 

 

가끔은 아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심하게 아프지만 않는다면요. 왜 그런 줄 아세요?
다름이 아니라 2월 초에 읽으려고 사다 놓은 책 한 권이 있었는데 반쯤 읽다가 덮어 뒀거든요. 아프지 않을 때는 컴과 씨름한다고(별다른 효과도 없으면서) 책을 덮어 놓고 있었거든요. 읽어야지 하면서 어제는 많이 아파서 책을 읽지 못했고요. 그렇다고 걱정은 할 필요 없어요. (감기니까요)많이 좋아지고 있으니까.

 


오늘은 비까지 내리니 운치가 있어 좋네요. 꿈틀꿈틀 기지개를 켜면서 뾰족뾰족 연초록 잎들이 좋아라 하는 것만 같아요. 지금은 조그만 봉오리로 움트고 있지만, 얼마 없으면 고고한 모습으로 우아하게 활짝 웃어 줄 것만 같은 목련, 겨울에 다 피우지 못했는지 조그만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는 아기 동백꽃의 봉오리들도 이 비가 그치면 화들짝 피겠지요.
화단에 풀들도 어여쁘게 작은 꽃들을 저마다 자랑을 하며 봄 향기를 듬뿍 선사해주겠지요.



오늘 내가 마무리 한 책은 다름이 아니라, 저자 황대권의 '야생초편지'를 읽었어요.
우리 산야에서 자라는 야초들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만, 식용이나 약용으로 많이 쓰이며, 각자 저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므로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풀 한 포기도 어여쁘게 여기며 사랑으로 가꾸는 그 심성이 얼마나 예쁜지를 한 평 남짓 콘크리트 벽 속에서 창살 밖의 세상을 저주하며, 좌절과 절망으로 인생을 포기할 만도 한데 그의 심성이 그리 고와서 그런지 그 절망적인 13년 2개월이란 창살 안에서 억울하게 젊음을 바쳐버린 삶은 결코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갈채를 보내고 싶어요.

 


그는 野生草茶를 만들어 음미를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경지에 서게 되었으리라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었으리라, 흔히 우리는 자신을 돌아본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까요. 야초처럼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우리를 돌아보고 있을까요. 모두가 자기 눈높이에서 자기의 잣대를 재고 자신을 돌아보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끈기와 인내력 소년처럼 호기심과 관찰력이 뛰어난 그는 야생초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게 되었으리라, 그의 꿈은 시골에서 각종 야생초를 가꾸며 입맛대로 뽑아 먹으며 살고 싶다는 야초 같은 사람 사시사철 푸르름이 살아 꿈틀거릴 것만 같아요. 누구나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 우리 것에 대해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옛날이 그립고 옛것이 생각나게 되는가 봐요.
그래서 나이가 들면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하나 봐요. 나 역시 그러니까요. 그러고 보니 내가 많이도 나이가 든 것 같아요. 내가 어느새 중년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훌쩍 나이만 자꾸 먹어가니 이러다 할머니 될 나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하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앞서요.
억울하게 살지 말고 남아 있는 생이라도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게 쉽지는 않아요. 늘 생각만 앞서가고 있으니 몸은 따라주지 않는 것만 같아요. 그게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해야 정확하겠군요.
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 정확한 내진단 이예요. 그러니 내가 얼마나 바보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안일한 생각으로 살고 있을까요.


후회 없는 생을 살기 바랍니다. 오늘처럼 봄비가 내리는 밤은 많은 생각이 쑥쑥 자라고 있을 겁니다. 좋은 생각들이 푸르게푸르게 쑥쑥 자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