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레몬향이 풍겨오는 꽃, 매발톱꽃

제주영주 2007. 6. 27. 20:38

 

 

 

 

 

 

 

 

레몬향으로 풍겨오는 매발톱꽃을 만나려 한라산으로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한 주가 지나도 이런저런 핑계로 산행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관음사코스로 가려면 아침 일찍 출발을 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 탓에 섣불리 나서지 못했습니다.

주말까지 꽃이 기다려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성급한 마음에 늦게라도 한라산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배낭이 가벼워야 한결 편안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물 한 병과 바나나  두 개를 챙기고 집을 나셨습니다.

관음사 야영장에 도착하니 11시 35분이 되었습니다.

매표소에서 어디까지 갔다올 거냐고 묻습니다. 용진각 계곡까지 갔다올 생각이라 말했습니다.

공군사관생도들이 하산하기 전에 내려오라고 하십니다. 그렇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한라산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관음사에서 백록담까지는 8,7Km, 보통 5시간 소요합니다. 왕복 8시간 정도 잡으면 됩니다.

정상은 포기하고 용진각 계곡까지는 6,8km, 3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왕복 5시간 잡으면 됩니다.

그러나 꽃을 촬영하면서 오르다 보면 24시간도 부족합니다.

 

오늘의 목표는 용진각 계곡까지 정했습니다. 왕복 소요시간은 7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관음사 야영장에 도착하면 6시 35분이 되어야 합니다.

 

느지막이 오르는 산행이라 시간을 엄수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라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함은 물론이고 날이 어둡기 전까지는 하산해야 한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렌턴도 챙기지 않아서 날이  어두워지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한적합니다. 울창한 산길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외롭거나 고독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시원스러운 풀향이 산바람에 실려와 성급한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삼각봉까지는 그다지 꽃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가끔 호자덩굴과 눈맞춤을 하면서  조용한 산길을 올랐습니다. 초록으로 물든 숲, 그 자체만으로도 상큼하니 좋습니다.

 

삼각봉까지 적어도 2시까지 도착은 해야 합니다. 꽃과의 만남의 시간도 넉넉히 가져야 하니까요.

다를 때 같으면 쉬엄쉬엄 여유를 갖고 올랐을 것인데 오늘은 다릅니다.

 

삼각봉에 도착하니 1시 50분, 아름다운 꽃, 매발 톱 꽃이  그 자리에 어여쁘게 피어 있습니다.

어찌나 고마운지 전에 맡았던 레몬향이 그리워서 다시금 맡아보았습니다.

살며시 풍겨오는 레몬향기에 마음이 자꾸 끌립니다.

매발톱꽃의 꽃말은 '승리의 맹세'입니다. 용맹스러운 매의 발톱을 닮은 꽃, 매발톱꽃은 얼짱입니다.

사진발도 잘 받는 화사한 색감에 큼지막합니다.

매발톱꽃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피로가 풀립니다. 언제 힘들게 올라왔나 싶을 만큼이나 피로가 쫙 풀립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데 상큼한 향기로 피로를 풀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꽃잎 뒤쪽에 있는 네 개의 뿔 모양을 '꽃뿔'이라 합니다.

꽃뿔, 예쁜 말이지요. 그런지 뿔 모양이 꽃처럼 예쁩니다. 꽃뿔은 달콤한 꿀이 들어있는 꿀주머니지요.

그 모양새가 매의 발톱처럼 안으로 굽어 있어서 '매발톱꽃'이라 합니다.

한라산에서는 유월 중순에 피기 시작합니다. 꽃은 가지 끝에서 아래로 향해 달립니다.

꽃받침은 꽃잎 같습니다. 꽃받침 안쪽으로 보이는 노란 빛깔의 꽃입니다.

꽃잎 안쪽을 들여다보면 자그마한 노란 꽃술이 보입니다.

아름다운 꽃과의 만남을 넉넉하게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침 그때 공군사관생도들이 하산을 하면서 한적했던 등산로는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매발톱꽃과 오랜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용진각 계곡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