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물빛에 갇힌 쥐오줌풀, 털쥐손이 꽃이 노래하는 유월
관음사코스에서 삼각봉까지 약 6.8km 입니다.
삼각봉을 지나면 아름다운 용진각 계곡이 보입니다. 용진각 계곡은 삼각봉과 왕관릉 사이에 두고 있는 계곡으로 한라산의 꽃들이 바위틈 사이로 또는 자잘한 돌틈 사이로 피어나 이곳에서 쉬어가는 이들에게 여유로움을 선사합니다.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시원스런 산물을 마시고 계곡을 누비다 보면 해의 위치를 잊어 버릴만큼 아름다운 꽃에 반해 정상을 오르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정상을 가려면 1시까지 용진각 계곡 대피소에 도착해야 합니다. 용진각 계곡에 도착하니 2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정상은 포기하고 아름다운 용진각 계곡을 누벼 볼 생각으로 왔으니 오늘의 목표에 도달한 셈입니다.
용진각 계곡에 도착하니 쥐오줌풀과 털쥐손이가 반겨줍니다. 아름다운 꽃과의 눈맞춤을 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시원스러운 산물을 한 모금 마시고 세수까지 하고 나니 날아갈 듯 상쾌합니다.
꿀이 많은 쥐오줌풀에 나비와 벌이 날아와 독차지합니다. 나비와 벌의 입맞춤에 황홀했는지 쥐오줌풀이 정신을 못 차리고 흐느적거립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아름다운 그림 속으로 들어가 나비와 벌들이 날아와 입맞춤하는 쥐오줌풀을 독차지하면서 여유를 부렸습니다.
뿌리줄기에서 쥐 오줌 냄새가 나기 때문에 '쥐오줌풀'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꽃향기도 좋지는 않습니다. 지린내가 풍기지만 곤충들은 좋아라 날아듭니다.
쥐오줌풀은 약간 습한 곳에 잘 자라는 식물이라 습지라든지 계곡 부근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꽃의 모양새는 자그마한 꽃송이들이 모여 한아름 아름다운 꽃다발을 연상케합니다. 연분홍 꽃이 화사하니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꽃이름을 가졌다면 좋았을걸 생각해봅니다.
걱정을 많이 한 털쥐손이도 지지 않고 어여쁘게 피었습니다. 지난해에는 털쥐손이 꽃이 필 무렵 다른 코스로 올랐기 때문에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재작년에 보고는 올해 처음 눈맞춤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사랑스럽겠습니까. 다시금 보는 털쥐손이가 반갑기도 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하산 할 때는 뛰어서라도 가면 될 듯싶어 용진각 계곡에서 조금 머물다 가도 되겠다는 생각에 털쥐손이를 여기저기 찾다보니, 바위 위에서 어여쁘게 핀 털쥐손이와 민백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황홀감을 안겨줍니다.
그것을 놓칠세라 바위에 올라가 아름다운 꽃과의 만남에 황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황홀감에 빠져들어서 맑았던 하늘이 흐려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빠졌습니다.
털쥐손이는 고산지대에 자랍니다. 한라산에서는 6월 중순에 피기 시작합니다. 꽃잎이 투명하여 맑은 날, 털쥐손이 꽃을 담아보면 꽃잎 뒷면으로 투영되는 그림자까지 담을 수 있습니다.
쥐손이풀과 털쥐손이는 쥐손이풀보다 거친 털이 많아 털쥐손이라 부릅니다. 쥐손이풀보다 꽃이 큼직하니 시원스럽습니다. 꽃말은' 새색시'라고 하네요.
새색시처럼 아름다운 꽃, 털쥐손이에 빠져서 계곡에서 머물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흘러갔습니다.유월의 끝자락에서 짙어가는 초록 물빛에 갇혀 버릴 것만 같습니다.
달콤한 꽃향기에 젖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비와 벌처럼 꽃을 찾아 한라산을 뒷동산처럼 알고 달려간 내 모습이 미쳤다고 하겠지요.
혼자만이 덩그러니 남아 꽃과 놀다 보면 큰 변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한라산이 나를 삼켜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산은 날이 빨리 저무는 탓에 저물기 전에 뛰어서라도 집으로 가야합니다. 그런 생각에 뛰기 시작했습니다. 뛰다 빠른 걸음으로 걷고 다시 뛰었습니다.
어둠이 숲으로 나래를 펴기 전에 관음사 야영장까지 도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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